실존 인물이나 고인을 그린 창작물이 명예훼손이 되려면 허위 사실을 사실처럼 적시해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렸다고 인정돼야 한다. 고인의 경우 사자명예훼손죄는 친고죄여서 직계친족만 고소할 수 있고, 법원은 상업영화의 각색을 폭넓게 용인해 실제 처벌 사례는 드물다. 영화 고발 소식을 볼 때는 대상이 허위사실인지 의견인지, 고발과 고소가 무엇이 다른지, 픽션임을 알리는 장치가 있었는지를 함께 따져봐야 한다.

최근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배후처럼 암시했다"는 이유로 제작진이 경찰에 고발됐다. 역사 소재 창작물이 늘 마주치는 명예훼손 시비다. 다만 창작물이 명예훼손으로 처벌되려면 불쾌한 묘사만으로는 부족하다. 허위의 사실을 사실인 것처럼 적시해 대상의 사회적 평가를 실제로 떨어뜨렸다고 인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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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이 살아 있는 사람이면 형법 307조가 적용된다.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는 2년 이하,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경우는 5년 이하 징역으로 형이 더 무겁다.
대상이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이면 형법 308조 사자명예훼손죄가 적용된다. 여기서는 '허위 사실'이 필수 요건이다. 공연히 허위 사실을 적시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만 성립하고, 처벌은 2년 이하 징역·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이다. 뒤집어 말하면, 아무리 불편한 내용이라도 그것이 진실이거나 의견 표명에 그친다면 이 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사자명예훼손죄에는 중요한 절차적 제한이 있다. 친고죄여서 고소가 있어야만 수사와 기소가 가능하고, 고소권자는 고인의 친족이나 자손으로 한정된다. 육영수 여사의 경우라면 직계가족이 고소해야 수사가 열린다는 뜻이다. 사건과 무관한 제3자가 낸 고발만으로는 처벌로 이어지기 어렵다. 언론에 오르내리는 '고발'과 법적 효력을 갖는 '고소'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법원은 표현의 자유를 상당히 넓게 인정해 왔다. 대법원은 2010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상업영화 관련 판결(2007다3483)에서,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다소 각색하더라도 '의도적인 악의'의 표출에 이르지 않는 한 상업영화의 본질적 영역으로 용인될 수 있다고 봤다.
명예훼손 여부를 따질 때 법원이 보는 것은 대략 이런 것들이다.
KBS 드라마 '서울 1945' 사건에서 대법원은 "허구적 묘사가 역사적 개연성을 잃지 않는 한 허위라거나 허위의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고 판시했다. 실제로 역사적 사건을 다룬 창작물이 사자명예훼손으로 처벌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
고발이나 고소가 접수되면 경찰은 먼저 형식 요건을 살핀다. 사자명예훼손처럼 친고죄인 사건은 고소권자가 낸 적법한 고소인지부터 확인한다. 그다음 문제가 된 장면이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것인지, 제작진에게 그것이 허위임을 알고도 명예를 훼손하려는 고의가 있었는지를 조사한다. 이 단계에서 제작진의 자료와 각색 의도, 픽션 표시 여부가 함께 검토된다.
수사 결과 혐의가 인정되면 검찰에 송치돼 기소 여부가 정해지고, 아니면 불송치나 무혐의로 종결된다. 다만 창작물은 앞서 본 판례 흐름 때문에 무혐의나 무죄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영화 고발 건도 법조계에서는 처벌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