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형법상 명예훼손·모욕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본다. 기관을 겨냥한 비판은 형사 명예훼손의 대상이 아니며, 소송이 가능한 건 실명이나 직책으로 특정된 공직자 개인뿐이다. 다만 공직자 개인이라도 공무와 관련된 비판은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폭넓게 보호되므로, 발언이 기관을 향하는지 개인을 향하는지부터 따져보면 된다.
정부 부처나 경찰, 지자체를 겨냥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고 하자. 그 기관이 곧바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기관 그 자체는 형사상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 명예훼손으로 문제가 되는 대상은 언제나 '사람'이지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 개편이나 경찰권 견제처럼 공권력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질수록 이 구분은 중요해진다. 누가 소송 주체가 될 수 있느냐에 따라 같은 발언도 법적 무게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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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이 명예훼손죄(제307조)로 지키려는 것은 '외부적 명예', 즉 한 사람의 사회적 평가다. 이 명예는 개인에게 붙는 법익이다.
대법원은 2016년 12월 선고한 2014도15290 판결에서 이 원리를 분명히 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기본권을 실현할 의무를 지는 공권력의 주체일 뿐 스스로 기본권을 누리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국가와 지자체의 정책 결정과 업무 수행은 국민의 광범위한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기관은 국민을 상대로 형벌로 보호받는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없고,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의 피해자도 될 수 없다고 봤다.
민사도 방향이 같다. 대법원은 2017년 선고한 2017다209785 판결에서 지자체가 명예훼손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을 두고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기관은 안 되지만 그 안의 특정 공직자 개인은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발언이 '○○청'이 아니라 실명이나 직책으로 특정 개인을 겨냥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만 여기에도 큰 제동이 걸려 있다. 대법원은 공직자의 도덕성·청렴성이나 업무 처리에 관한 문제 제기는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위법하다고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공직자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표현의 자유의 핵심이라는 이유에서다.
공직자 개인이 걸려 있어도, 공무와 관련된 비판이라면 웬만해선 처벌로 이어지지 않는다.
판단 기준을 정리하면 이렇다.
법원은 표현의 내용과 방식, 의혹의 공익성, 공직자의 평가를 떨어뜨리는 정도,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 등을 함께 놓고 저울질한다.
주체별로 다시 보면 이렇다.
| 대상 | 명예훼손 피해자 성립 | 근거 |
|---|---|---|
| 국가·지자체 | 불가 | 기본권 주체 아님(2014도15290) |
| 공직자 개인 | 가능하나 제한 | 공무 비판은 폭넓게 보호 |
기관 자체를 겨냥한 발언은 형사 명예훼손의 영역 밖에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실제로 문제가 되는 지점은 특정 개인을 겨냥해 사실 확인 없이 인신공격에 가까운 표현을 쓸 때다. 발언 수위를 가늠할 때 이 선을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