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11월 3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에 대해 금품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 신청 자체가 곧바로 구속을 뜻하지는 않는다. 경찰 신청과 검사 청구를 거쳐 법원이 여는 영장실질심사에서 판사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등을 따져 발부와 기각을 가른다. 발부되면 수사 단계 구속은 최대 30일이고 구속적부심을 청구할 수 있으며, 기각되면 불구속 수사로 돌아가되 검찰이 영장을 다시 청구하기도 한다.

경찰은 11월 3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2024년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전후해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1억 원이 넘는 금품을 받은 혐의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가족이나 지인이 '구속영장 신청'이라는 말을 들으면 이미 구속된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신청은 절차의 시작일 뿐이다. 실제 구속 여부는 몇 단계를 더 거쳐 법원이 정한다.

SHOX ART
순서는 이렇다. 먼저 경찰이 검사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한다. 검사는 이를 검토해 법원에 청구할지 정하고, 보완수사가 필요하면 돌려보낸다. 검사가 청구하지 않으면 피의자는 풀려난다. 체포된 상태라면 체포 때부터 48시간 안에 영장을 청구해야 하고, 이를 넘기면 즉시 석방해야 한다.
검사가 청구하면 법원이 심문기일을 잡는다. 이것이 영장실질심사, 정식 명칭으로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영장이 청구된 날의 다음 날까지 열리는 경우가 많다. 판사가 피의자를 직접 심문해 구속할지 말지를 판단하는 자리다.
심문에는 피의자와 변호인이 함께 출석해 의견을 낼 수 있다. 검사는 구속이 필요한 이유를, 피의자 측은 그렇지 않은 이유를 소명한다. 결과는 대개 심문 당일 저녁이나 다음 날 새벽에 나온다. 이 자리에서 다투는 내용이 곧 발부와 기각을 가른다.
판사가 보는 것은 형사소송법 제70조다. 핵심은 세 가지다.
여기에 범죄의 중대성, 재범 위험성, 피해자나 중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 우려를 함께 본다(제70조 제2항). 그래서 혐의가 무겁더라도 주거가 분명하고 증거가 이미 확보돼 인멸 가능성이 낮으며 도주 우려가 적다면 기각될 수 있다. 반대로 혐의가 상대적으로 가벼워도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크면 발부된다.
실무에서 변호인이 심문에서 공을 들이는 지점도 여기다. 피의자에게 일정한 주거와 직업, 부양할 가족이 있다는 점, 주요 증거가 이미 수사기관에 넘어가 인멸할 수 없다는 점, 도주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소명한다. 피해 회복이나 반성의 정도가 참작되기도 한다.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다. 구속은 유죄가 확정됐다는 뜻이 아니라 수사와 재판을 위해 신병을 확보하는 절차다. 발부든 기각이든 그 자체가 유무죄의 결론은 아니다.
발부되면 수사 단계의 구속이 시작된다. 경찰 단계가 최대 10일(제202조), 검사 단계가 최대 10일(제203조)이며, 판사가 허가하면 한 차례 10일까지 연장돼(제205조) 수사 단계 구속은 최대 30일이다. 다만 영장실질심사와 구속적부심에 걸린 기간은 이 10일에 넣지 않는다.
발부에 불복하려면 항고가 아니라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한다. 법원이 다시 따져 구속이 부당하다고 보면 피의자를 석방한다.
기각되면 피의자는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는다. 다만 기각이 수사 종료를 뜻하지는 않는다. 검찰이 새로운 사유나 증거를 들어 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경우도 있다. 가족이나 지인의 처지라면, 발부와 기각 중 어느 쪽이든 그다음에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다는 점을 먼저 기억하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