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냉동창고 살인 사건에서 피의자가 범행 약 일주일 전 창고를 빌린 정황이 드러나 계획성이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법원 양형기준상 계획적 살인은 형을 높이는 특별가중인자여서 다른 감경요소와 쉽게 상쇄되지 않는 반면, 우발적 범행은 형을 크게 낮추는 감경요소로 취급된다. 다만 양형기준은 권고일 뿐 최종 형량은 재판부 재량이므로, 창고를 미리 빌린 행위가 범행 준비로 인정될지가 형량의 방향을 가른다.
경기 파주의 한 냉동창고에서 6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에서, 경찰은 30대 남성 신모씨를 살해 혐의로 9월 14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신씨는 9월 4일 체포됐다. 경찰은 10억 원이 넘는 빚을 진 신씨가 돈을 노렸고, 500억 원대 위조 상품권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범행이 벌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기와 공범 여부는 아직 수사 중이다.
수사 단계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신씨가 범행 약 일주일 전에 냉동창고를 빌린 정황이다. 범행 장소를 미리 확보했다는 사실은 '우발이 아니라 계획'이라는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직 재판 전이고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 계획성 다툼이 형량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Huu Huynh
살인 사건의 형량은 판사가 마음대로 정하지 않는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살인범죄 양형기준이 출발점이 된다. 이 기준은 살인을 범행 동기에 따라 다섯 유형으로 나눈다. 참작할 만한 동기, 보통의 동기, 비난받을 동기, 중대범죄와 결합한 경우, 그리고 극단적으로 생명을 경시한 경우다.
여기에 사건별 사정을 더하는 것이 특별양형인자다. '계획적 살인 범행'은 형을 끌어올리는 가중요소로 분류된다. 반대로 우발적·충동적으로 벌어진 범행은 감경요소다. 즉 같은 살인이라도 미리 준비했느냐에 따라 권고 형량의 방향이 달라진다.
계획성은 취급도 다르다. 양형기준은 계획적 범행 인자가 다른 감경요소와 쉽게 일대일로 맞상쇄되지 않도록 무게를 둔다. 반성문을 내거나 합의를 하더라도, 계획성이 인정되면 그만큼 상쇄되지 않고 형에 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계획성 판단은 말이 아니라 정황으로 이뤄진다. 법원이 흔히 들여다보는 지점은 다음과 같다.
이번 사건에서 냉동창고를 사전에 빌린 정황, 빚과 위조 상품권이라는 금전 동기가 함께 거론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대로 다툼 끝에 우발적으로 벌어졌다는 점이 받아들여지면 형은 상당히 낮아진다.
재판에서는 유형 분류로 기준선을 잡은 뒤, 가중요소와 감경요소를 함께 저울에 올린다. 계획성, 잔혹한 범행 방법, 금전 목적 같은 사정은 형을 올린다. 자수, 진지한 반성, 유족과의 합의, 초범 여부 등은 내리는 쪽이다.
다만 양형기준은 권고일 뿐 판사를 구속하지 않는다. 최종 형량은 재판부가 사건의 전체 사정을 보고 정한다. 그래서 검찰과 변호인은 같은 사실을 두고 '계획된 살인'과 '돌발적 사고'로 정반대로 구성하려 한다.
이번 사건의 관전 포인트도 분명하다. 냉동창고를 미리 빌린 행위가 범행을 위한 준비로 인정될지, 아니면 다른 용도였다는 해명이 받아들여질지다. 이 판단이 신씨에게 적용될 살인 유형과 가중 폭을 좌우한다.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느 쪽도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