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은 8월 21일 동료 기장을 살해한 전직 부기장에게 재범 위험성과 영구 격리 필요를 근거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계획이 치밀했지만 실제 사망은 1명이었고, 검찰조차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사형과 무기징역을 가르는 것은 계획성 자체가 아니라 피해 결과의 중대성과 잔혹성, 그리고 사형을 예외적으로만 허용하는 대법원의 신중 원칙이다.

8월 21일 부산지법 형사7부는 동료 기장을 살해한 전직 부기장 김동환(49)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살인 계획서를 쓰고, 범행 도구를 사고, 피해자를 미행해 집을 파악하고, 현금만 쓰며 옷을 갈아입은 치밀한 사건이었다. 그런데도 형은 사형이 아니었다. 답부터 말하면, 계획성은 형을 무겁게 하는 요소일 뿐 그 자체로 사형을 부르지는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는 검찰조차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김동환은 3월 동료 기장 1명을 살해했고, 다른 기장 1명을 목 졸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으며, 나머지 4명에 대해서는 살인예비 혐의를 받았다. 살해 대상은 모두 6명이었지만, 실제 사망한 피해자는 1명이다. 이 차이가 형을 가르는 데 중요하게 작용한다.

KATRIN BOLOVTSOVA
재판부가 무기징역의 근거로 든 핵심은 재범 위험성과 영구 격리의 필요였다. 심리 분석 결과 피고인이 자기중심적 해석이 강하고 재범 위험성이 높으며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봤다. "일반인과 유대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갈 기대를 하기 어렵다"며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동기도 형을 무겁게 했다. 김동환은 공군사관학교 출신 피해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일방적인 환상으로 판단하며 범행 동기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리하면 법원은 계획성과 위험성을 무겁게 보면서도, 그 위험을 무기징역에 따른 영구 격리로 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사형을 사람의 생명을 박탈하는 극형으로 보고, 선고에 특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 두고 있다. 판단 요소는 하나가 아니다. 범행 동기와 경위, 계획의 내용과 대상, 준비 정도와 수단, 잔혹성, 그리고 피해자의 수와 피해 결과의 중대함, 극단적인 인명 경시 태도 등을 종합해 예외적으로만 사형을 선고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계획성은 여러 요소 중 하나다. 계획이 치밀했다는 사실은 형을 무겁게 하지만, 사형이라는 극형을 정당화하려면 대체로 여러 명이 실제로 숨졌거나 그에 준하는 극단적 잔혹성이 함께 인정돼야 한다. 살인 양형기준에서도 형량 상한이 징역 25년을 넘어설 때 무기징역을 선택할 수 있게 돼 있어, 무기징역은 이미 최고 수준의 처벌 구간에 놓인다.
이 판결은 그 기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계획은 6명을 향했지만 실제 사망은 1명이었고, 법원은 재범 위험성이 큰 피고인을 사회에서 영구히 떼어 놓는 것으로 형벌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계획의 잔혹함은 무기징역과 3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으로 반영됐다.
기억해 둘 점이 하나 더 있다. 이번 선고는 1심이다. 검찰이나 피고인이 항소하면 2심에서 형이 달라질 수 있고, 판단 요소의 무게도 다시 다뤄질 수 있다. 그러니 이 형이 최종 결론은 아니다. 다만 왜 사형이 아니었는지를 묻는다면, 답은 '계획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형은 피해 결과의 중대성까지 갖춰졌을 때 예외적으로만 선고되는 형'이라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