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검이 20년 미제 이윤희 실종사건에서 특정인을 범인으로 지목해 유인물·현수막을 반복 게시한 유족과 유튜버를 명예훼손·스토킹처벌법 위반·협박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확정되지 않은 사람을 공개적으로 범인이라 지목하면 내용이 사실이어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고, 행위가 반복되면 스토킹·협박까지 함께 성립할 수 있다. 의혹은 공개 저격이 아니라 수사기관에 제기하는 것이 안전하며 공연성·비방목적·반복성이 각 죄의 성립을 가른다.

20년 넘게 풀리지 않은 이윤희씨 실종 사건에서 유족과 유튜버가 재판에 넘겨졌다. 전주지검 형사2부는 8월 13일 이씨의 아버지(90)와 유튜버 박모씨(54)를 명예훼손·스토킹처벌법 위반·협박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두 사람은 이씨의 대학 학과 동기 A씨를 실종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하고, 2024년 11월부터 2026년 5월까지 A씨의 직장에 유인물을 뿌리고 집 주변에 현수막과 등신대를 세우는 등 9차례에 걸쳐 스토킹·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이 보여주는 건 분명하다. 특정인을 공개적으로 '범인'이라 지목하는 행위는 하나의 도덕적 항의가 아니라 여러 개의 형사 범죄로 갈릴 수 있다. 미제 사건에 답답함을 느껴 SNS에 의혹을 올리려는 사람이라면, 세 가지 죄의 경계를 먼저 알아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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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걸리는 건 명예훼손이다. 오해하기 쉬운 대목인데, 명예훼손은 내용이 거짓일 때만 성립하는 게 아니다. 형법 제307조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 허위사실이면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한다. 진실을 말했더라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온라인이라면 형량이 더 무겁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비방할 목적으로 인터넷에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거짓이면 7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을 규정한다. 확정판결도 없는 사람을 범인이라 특정하는 건 허위사실 쪽에 가까워, 가중 처벌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두 번째는 협박이다. 협박죄는 상대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해악을 알리는 것으로 성립한다. 형법 제283조는 협박한 사람을 3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 등으로 처벌한다. 신변에 위협을 느끼게 하는 표현이 오가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협박죄는 반의사불벌죄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재판에 넘길 수 없다. 뒤집으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는 순간 그대로 진행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스토킹처벌법 위반이다. 스토킹은 상대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고, 물건을 두거나 글을 보내 불안감·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다. 핵심은 '지속적 또는 반복적'이라는 요건이다. 한 번의 항의가 아니라, 직장 앞 유인물과 집 앞 현수막처럼 같은 행위가 되풀이될 때 범죄가 된다.
스토킹처벌법 제18조는 스토킹범죄를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흉기 등을 이용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한다. 2023년 법 개정으로 반의사불벌 조항이 사라진 점이 협박과 다르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다.
세 죄를 나란히 보면 이렇다.
| 죄명 | 성립 핵심 | 기본 처벌 |
|---|---|---|
| 명예훼손(정보통신망법) | 공연성·비방목적 | 3~7년 이하 |
| 협박 | 해악의 고지 | 3년 이하 |
| 스토킹처벌법 위반 | 지속·반복성 | 3년 이하 |
불구속 기소라고 해서 가볍게 끝나는 게 아니다. 불구속은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크지 않아 구속하지 않았다는 의미일 뿐, 재판은 똑같이 진행된다. 이번처럼 하나의 행위 흐름에서 여러 죄가 나오면 법원은 이를 실체적 경합으로 함께 심리한다. 각 죄의 형을 단순히 더하는 게 아니라, 가장 무거운 죄를 기준으로 형을 가중해 하나로 정한다.
즉 명예훼손·협박·스토킹이 따로 노는 게 아니라 같은 재판에서 한꺼번에 판단된다. 유인물 한 장, 현수막 하나가 개별로는 사소해 보여도 반복과 조합으로 무게가 커지는 구조다.
미제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방법이다. 확정판결이 없는 사람을 공개적으로 범인이라 부르는 순간, 그 판단의 책임은 글쓴이에게 돌아온다.
경계는 이렇게 잡을 수 있다. 특정인을 범인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의혹은 공개 저격이 아니라 수사기관에 제기하는 게 정공법이다. 실명·사진·직장처럼 사람을 특정할 정보를 공개하면 공연성이 채워진다. 같은 대상에게 같은 행위를 반복하면 스토킹으로 넘어간다. 내용이 사실이라는 확신도 명예훼손을 면제해주지 않는다. 답답함을 푸는 방향이 공개 지목이 아니라 재수사 요청이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