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실종 사건에서 단서가 될 수 있던 CCTV 118대 영상은 보존기간 30일이 지나 전량 자동 삭제됐고, 경찰의 열람 요청은 그로부터 두 달 뒤에야 나왔다. 대부분의 CCTV는 신고 시점에 곧바로 조치하지 않으면 사건 관계자도 손쓸 수 없이 사라진다. 사건 직후 관리자에게 '보존'을 서면으로 요청하고 경찰 신고를 병행했는지가 증거 확보의 갈림길이다.
제주에서 5월에 실종된 여성을 찾는 데 쓰일 수 있었던 CCTV는 118대였다. 제주시 한림읍 일대 방범용 111대와 교통정보 수집용 7대. 실종 추정일은 5월 13일, 최초 신고는 5월 15일이었다. 이때만 해도 118대 영상이 모두 남아 있었다.
문제는 그 뒤다. 영상은 보존기간 30일이 지나면서 6월 11일에서 19일 사이에 자동으로 지워졌다. 경찰이 정식으로 열람을 요청한 문서는 8월 19일 자였다. 최초 신고로부터 96일, 실종 추정일 기준 98일이 지난 시점이다. 한동훈 의원이 8월 23일 공개한 자료의 내용이다.
CCTV 증거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화질도, 각도도 아니다. 그 영상이 아직 존재하느냐다. 지워진 파일은 되살릴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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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시설의 CCTV는 통상 30일 안에 자동 삭제된다. 일부 상가나 소규모 시설은 7~14일 만에 덮어쓰기가 이뤄지기도 한다. 은행 등 금융기관은 30~60일, 공공기관은 60일 정도를 두는 경우가 많다.
짧은 곳이라면 사건 다음 주에 이미 원본이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경찰이 알아서 확보하겠지"라고 미루는 사이 파일이 순환 삭제되는 것이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다.
순서가 중요하다. 사건을 인지한 즉시 해야 할 것은 '보고 싶다'는 열람 요청이 아니라 '지우지 말아 달라'는 보존 요청이다.
관리사무소나 건물주에게 특정 일시·장소의 영상을 별도로 백업해 달라고 요청한다. 말로만 하지 말고 문자나 서면으로 남긴다. 보존해 둘 기간(예: 3개월)을 함께 적어두면 좋다. 내용증명으로 보내면 요청 시점과 내용이 기록으로 남아 나중에 다툼이 생겨도 근거가 된다.
본인이 찍힌 영상이라면 개인정보보호법 제35조에 따라 열람을 요구할 수 있다. 시설 운영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고 원칙적으로 10일 안에 답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함께 찍혔다면 그 부분은 모자이크 처리한 뒤 보여준다. 다만 이 열람권은 '내 개인정보'가 대상이라, 영상 전체를 넘겨받는 것과는 다르다는 점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개인이 보존을 요청해도 시설 측이 실제로 백업할 의무까지 강제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경찰 신고를 함께 해야 한다.
수사기관은 사건 접수 후 수사 협조 차원에서 영상 제출을 요청할 수 있고, 수사 목적이면 시설이 보관기간을 넘겨 보관하기도 한다. 신고할 때 "○월 ○일 ○시경, ○○ 앞 CCTV"처럼 시점과 위치를 구체적으로 특정해 전달하면 확보 확률이 올라간다. 담당 수사관에게 영상이 곧 삭제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
시설이 보존 요청을 거부하거나 절차가 계속 늦어지면 마지막 수단으로 법원에 증거보전을 신청할 수 있다. 소송 전이라도 증거가 사라질 우려가 있을 때 법원이 미리 확보해 두는 제도다.
제주 사건이 보여주는 한계는 분명하다. 신고가 접수돼도 담당자가 초기에 영상 확보에 나서지 않으면, 두 달 뒤 정식 요청을 해도 파일 자체가 남아 있지 않다. 공권력이 뒤늦게 움직여도 보존기간이 지난 원본은 복구되지 않는다.
결국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건 '시점'뿐이다. 사건 당일이나 늦어도 며칠 안에 보존 요청과 신고를 함께 걸어두는 것. 영상이 남아 있는 동안 요청이 도착해야 증거가 된다. 며칠 지나 마음이 정리된 뒤 알아보려 하면, 그때는 이미 확인할 대상이 없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