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관장에게 9440억원을 지급하라는 파기환송심 판결이 7월 24일 나왔고, 양측의 재상고 시한이 8월 중순으로 임박했다. 이 금액은 앞선 항소심의 1조3808억원보다 줄어든 것으로, 대법원이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을 재산분할에서 빼라고 판단한 결과가 반영됐다. 재상고하더라도 대법원은 금액을 새로 계산하지 않고 법리만 다시 보기 때문에, 액수가 또 크게 바뀔 여지는 파기 때보다 좁다.
서울고법은 7월 24일 파기환송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분할 비율은 최 회장 3분의 2, 노 관장 3분의 1로 정해졌다.
이 판결에 불복하려면 재상고를 해야 한다. 상고 기한은 판결 선고일이 아니라 판결문을 송달받은 날부터 2주다. 마지막 날이 토요일이나 공휴일이면 그다음 평일로 미뤄지는데, 이번에는 8월 15일 광복절과 주말이 걸쳐 있어 실제 마감이 8월 중순으로 임박했다. 보도마다 마감일을 조금씩 다르게 적고 있으나, '송달 2주'라는 기준은 같다. 이 기간에 양측 모두 재상고하지 않거나 상고포기서를 내면 9440억원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다.
재상고는 상고장 제출로 끝나지 않는다. 상고장을 낸 뒤에도 정해진 기간 안에 상고이유서를 따로 제출해야 하고, 이를 놓치면 본안 판단 없이 상고가 각하될 수 있다. 판결이 확정되면 지급액에는 확정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지연이자가 붙는다. 재상고 여부를 저울질하는 쪽 입장에서는 이 이자 부담도 계산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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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액이 달라진 과정을 보면 파기환송심이 무엇인지 드러난다. 원래 항소심은 재산분할액을 1조3808억원으로 매겼다. 그런데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이 판결을 파기했다. 핵심은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었다. 대법원은 이 돈이 뇌물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그 자금이 SK그룹 성장에 흘러들었더라도 노 관장이 재산 형성에 기여한 근거로 삼을 수 없다고 봤다.
파기환송심은 이 판단을 뒤집을 수 없다. 대법원이 정한 법률 판단에 기속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송받은 서울고법은 비자금 기여분을 빼고 재산 형성 기여도를 다시 계산했고, 그 결과가 9440억원이다. 위자료 20억원은 대법원이 파기하지 않아 이미 확정된 상태다. 같은 재판부라도 상급심이 지운 부분만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파기환송심의 성격이다.
여기서 이혼 재산분할 소송의 구조를 이해하면 앞으로의 흐름이 보인다. 대법원은 사실심이 아니라 법률심이다. 증거를 다시 조사하거나 재산 액수를 새로 계산하지 않는다. 재상고가 접수되면 대법원은 파기환송심이 앞서 자신이 제시한 법률 판단을 제대로 따랐는지, 그 밖에 새로운 법리 오해가 있는지를 살핀다.
이 점이 중요하다. 이미 한 번 대법원이 방향을 정해 돌려보낸 사건이라, 환송심이 그 취지를 따랐다면 재상고가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다. 바꿔 말해 재상고를 하더라도 9440억원이라는 액수 자체가 다시 크게 흔들릴 가능성은, 항소심이 통째로 파기됐던 때보다 좁다. 물론 환송심이 대법원 취지를 잘못 적용했다고 판단되면 다시 파기될 여지는 남아 있다.
일반 이혼 사건도 뼈대는 같다. 재산분할은 각자가 재산을 만들고 지키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따지는 문제이고, 그 기여를 무엇으로 인정하느냐에 따라 비율과 금액이 갈린다. 이번 사건은 그 판단이 세 심급을 오가며 어떻게 조정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