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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 1만 명, 답변은 받아도 수용은 별개다

추미애 경기지사 사퇴를 요구한 경기도청원이 게시 나흘 만에 1만 명을 넘겨 도지사 답변 요건을 채웠다. 청원이 일정 서명 수를 넘으면 답변 의무가 생기지만, 이 의무는 심사와 통지일 뿐 요구 수용까지 강제하지는 않는다. 청원을 낼지 고민한다면 대상 기관별 서명 요건과 기간, 그리고 답변이 어디까지 보장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생활법률 상담소·2026. 09. 16.
청원 1만 명, 답변은 받아도 수용은 별개다

서명 나흘 만에 1만 명, 그다음 벌어진 일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청원이 지난 9월 11일 경기도청원에 올라온 뒤 나흘 만인 14일 1만 명 동의를 넘겼다. 경기도청원은 게시 후 30일 안에 1만 명이 동의하면 요건이 성립하고, 성립일로부터 30일 안에 도지사가 직접 답변하도록 정해 둔 제도다. 답변 의무가 실제로 발동한 사례가 나온 셈이다.

그런데 경기도는 하루 뒤인 15일, 동의자가 3만775명에 이른 상태에서 청원을 '답변 완료'로 처리하고 추가 동의 모집을 닫았다. 답변은 "민생 예산을 고의로 삭감한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는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내용으로, 전날 대변인 브리핑과 사실상 같은 문구였다. 서명 문턱을 넘기면 무엇이 보장되고 무엇은 보장되지 않는지가 이 장면에 압축돼 있다.

'답변해야 한다'는 말의 실제 범위

person signing petition on smartphone

Photo by Magnet.me on Unsplash

헌법 제26조는 모든 국민에게 청원할 권리를 주고, 국가에는 청원을 심사할 의무를 지운다. 청원법은 여기에 기한을 붙인다. 청원을 접수한 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90일 안에 처리 결과를 청원인에게 통지해야 하고, 부득이하면 60일 범위에서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핵심은 이 의무가 '심사하고 결과를 알려라'까지라는 점이다. 청원에서 요구한 내용을 받아들이라는 의무는 어디에도 없다. 답변이 곧 수용은 아니라는 뜻이다. 도지사가 사퇴 요구에 "유감"으로 답해도 절차상 의무는 이행된 것으로 본다. 서명이 많을수록 답변을 강제하는 힘은 커지지만, 답변의 방향까지 강제하지는 못한다.

서명 수가 넘는 것은 '답변 스위치'다

제도마다 답변을 켜는 문턱이 다르다. 대표적인 세 창구를 비교하면 이렇다.

제도성립 요건기간이후 절차
경기도청원1만 명 동의30일30일 내 도지사 답변
국회 국민동의청원5만 명 동의30일소관 위원회 회부·심사
청원24 일반청원서명 요건 없음—90일 내 처리결과 통지

한 가지 구분이 필요하다. 국회 국민동의청원과 청원24는 헌법과 청원법에 뿌리를 둔 법정 제도인 반면, 경기도청원 같은 지자체 온라인 청원은 각 지자체가 조례·방침으로 운영하는 별도 창구다. 1만 명, 답변 30일 같은 숫자도 법이 아니라 경기도가 정한 자체 기준이다. 그래서 같은 '청원'이라도 사는 지역에 따라 문턱과 답변 방식이 달라진다.

공통점은 하나다. 서명 수는 '답변을 받을 자격'을 여는 열쇠일 뿐, 결과를 정하는 장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5만 명을 모아 소관 위원회에 올라가더라도 거기서 심사가 멈추는 경우가 많다. 한 집계를 보면 21대 국회에서 5만 명 동의를 채운 청원이 194건이었지만 위원회 처리 비율은 17% 수준에 그쳤다.

문턱을 넘겨도 남는 두 가지 한계

첫째는 답변의 질이다. 경기도 사례처럼 요건을 채우면 기관은 답변을 내놓지만, 그 답변이 브리핑 재탕이어도 형식상 요건은 충족된다. 둘째는 조기 종료다. 동의가 계속 늘던 청원을 답변과 동시에 닫으면 여론의 크기를 더 키울 창구는 사라진다.

두 가지 모두 청원을 압박 수단으로만 볼 때 놓치기 쉽다. 답변 의무가 있다는 것과 만족스러운 답을 받는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답변의 수위나 종료 시점은 대체로 기관의 재량에 남는다. 청원의 힘은 답변을 끌어내는 데까지는 확실하지만, 그 뒤의 정책 변화는 별도의 정치 과정에 달려 있다. 지역 현안을 청원으로 다룰 생각이라면 답변을 받는 것과 요구를 관철하는 것을 처음부터 구분해 두는 편이 현실적이다.

청원을 내기 전 확인할 것

  • 대상 기관 고르기: 조례·예산 같은 지자체 사안이면 해당 지자체 청원(예: 경기도청원), 법률 제·개정이면 국회 국민동의청원, 그 밖의 국가기관 사안이면 청원24가 맞다.
  • 서명 요건과 기간 계산: 답변을 원한다면 문턱(경기 1만, 국회 5만)과 마감일(대개 30일)을 먼저 확인한다.
  • 청원 사항인지 점검: 피해 구제, 공무원의 위법·부당 행위 시정, 법령·조례의 제·개정 등 법이 정한 범위여야 접수된다.
  • 기대치 맞추기: 요건을 채우면 답변은 오지만 수용은 별개이고, 처리 결과 통지는 90일 안이 원칙이다.

출처

  1. ‘추미애 사퇴 청원’ 3만명 넘자 ‘복붙 답변’으로 종료한 경기도
  2. 청원안내 | 청원 | 국회운영위원회
  3. 청원 처리 절차 | 청원24
  4. ‘유명무실’ 국민동의청원…5만명 동의 받으면 뭐하나
#청원#국민동의청원#경기도청원#청원법#추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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