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특혜, 처벌과 무혐의를 가르는 것
가족이나 지인의 채용 그 자체는 범죄가 아니며, 형사처벌은 위계로 심사위원을 속였거나 대가가 오갔거나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했을 때 성립한다. 과거 판례에서도 사정을 모르는 면접위원을 속인 경우엔 업무방해죄가 인정됐지만 채용권자가 공모한 경우엔 성립하지 않았고, 심우정 전 검찰총장 자녀 채용 의혹은 무혐의로 끝났다. 9월 15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판사 아들 채용의 대가성과 가족 협동조합에 얹힌 공적 자금·가점 여부가 이 처벌 문턱을 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가족이 뽑혔다고 다 처벌되는 건 아니다
먼저 핵심부터. 가족이나 지인이 어떤 자리에 채용됐다는 사실만으로는 형사처벌이 되지 않는다. 채용 특혜가 범죄가 되려면 별도의 요건이 필요하다.
가장 자주 적용되는 죄명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다. 청탁이나 점수 조작으로 '사정을 모르는 심사위원'을 속여 선발의 공정성을 무너뜨렸을 때 성립한다. 공무원이 자신의 직권을 벗어나 채용에 부당하게 개입하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대가로 금품이나 청탁이 오갔다면 뇌물죄나 청탁금지법 위반이 문제 된다. 핵심은 '누가 속았는가'와 '대가가 있었는가'다. 그래서 같은 '특혜'라도 자리의 성격에 따라 결론이 갈린다. 공개경쟁이나 서류·면접 심사가 있는 자리에서 청탁이 통했다면 속은 심사자가 생겨 처벌 가능성이 커지고, 애초에 임명권자가 재량으로 뽑는 자리라면 문턱이 훨씬 높아진다.
유죄와 무혐의를 가른 기준

KATRIN BOLOVTSOVA
과거 사건들이 이 경계를 보여준다. 채용 점수를 조작해 자격 없는 사람을 합격시킨 뒤 그 사실을 모르는 면접위원에게 심사하게 한 경우, 대법원은 면접위원을 속인 위계로 보아 업무방해죄를 인정했다. 속은 심사자가 분명히 있었던 것이다.
반대로 채용권자와 실무 담당자가 처음부터 공모해 성적을 조작한 사건에서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았다(대법원 2005도6404). 대표자의 의사는 곧 법인의 의사여서 속아 넘어간 상대방이 없다는 논리다.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심우정 전 검찰총장 자녀의 외교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서도 직권남용 등 혐의를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정리하면 '특혜처럼 보이는 채용'과 '처벌되는 채용' 사이에는 속은 심사자, 대가, 직권 남용이라는 문턱이 놓여 있다.
김승원 청문회, 무엇을 볼까
9월 15일 열리는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가족 관련 의혹이 쟁점이다. 짚어볼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판사 아들의 입법보조원 채용이다. 국회의원 보좌진 채용은 의원 재량이라 채용 자체는 위법이 아니다. 다만 국회의원의 친족 채용은 국회사무총장에게 신고·공개해야 하고, 형사처벌로 가려면 구속영장 기각 등과 맞물린 '대가성'이 입증돼야 한다. 채용 시점과 영장 기각 시점의 선후, 둘 사이를 잇는 정황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으면 '부적절하다'는 평가는 가능해도 형사처벌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둘째, 배우자가 원장이고 두 자녀가 근무하는 한국아동발달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사적 조합의 가족 채용 자체는 형사 대상이 아니다. 다만 야당은 4년간 정부 바우처 수익 8억7877만원 가운데 3억3143만원이 가족 급여로 나갔고 2022년 수원시 심사에서 가점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공적 자금과 특혜가 얹혔는지가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
셋째, 후보자의 반박 논리다. 김 후보자는 "정상적 절차로 채용", "동료 판사와의 정상적 관계"라고 밝혔다. 이 해명이 앞의 문턱들을 넘는지가 갈림길이다. 의혹은 아직 의혹 단계다. 청문회는 유무죄를 가리는 자리가 아니라, 이 문턱들을 넘을 사실관계가 있는지 확인하는 자리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