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제31조는 남을 시켜 죄를 범하게 한 사람을 직접 실행한 사람과 같은 형으로 처벌한다고 정한다. 시위 현장에서 직접 건물에 들어가지 않아도 특수건조물침입교사가 성립할 수 있고, 이때 관건은 '범죄 결의를 일으킨 교사행위'가 증거로 확인되느냐다. '몰랐다'는 항변은 교사의 고의가 부정될 때만 받아들여지므로, 지시 내용과 정황이 어떻게 남았는지가 결정적이다.
현장에 들어가 문을 부순 사람만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형법 제31조 제1항은 "타인을 교사하여 죄를 범하게 한 자는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정한다. 즉 남에게 범죄를 결심하게 만들어 실제로 저지르게 했다면, 직접 실행하지 않았어도 실행한 사람과 같은 형을 받는다.
주의할 점은 '같은 형'이라는 대목이다. 시켰으니 가볍게 처벌된다는 통념과 다르다. 실행을 지시하거나 부추긴 사람이 실행자와 동일한 법정형 범위 안에서 처벌된다는 것이 법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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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은 스스로 범죄를 실행한 사람이다. 교사범은 범의가 없던 사람에게 범죄 결의를 일으켜 실행하게 한 사람으로, 직접 실행에는 가담하지 않는 '좁은 의미의 공범'에 해당한다. 역할은 분명히 다르지만, 앞서 봤듯 형의 무게는 같다.
성립에는 이중의 고의가 필요하다. 하나는 남을 부추긴다는 인식이고, 다른 하나는 그 사람이 특정 범죄를 실제로 저지른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다. 판례는 범행의 일시·장소·방법 같은 세부까지 일러 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상대가 일정한 범죄를 실행하기로 결심할 정도에 이르게 했다면 교사가 인정된다.
반대로 상대가 이미 그 범죄를 저지르기로 마음먹고 있었다면 교사범은 성립하지 않는다. 없던 결의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부추긴 행위는 방조로 평가될 여지가 있을 뿐이다.
집회·시위에서 문제되는 '특수'는 형법 제320조다. 단체나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지닌 채 건조물 등에 침입하면 단순 침입(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보다 무거운 5년 이하 징역이 적용된다.
이를 교사한 혐의라면, 수사기관은 두 가지를 이어 붙여야 한다. 첫째로 다중의 위력을 이용한 침입이라는 정범의 행위, 둘째로 그 침입을 결심하게 만든 교사행위다. 교사행위는 명시적 지시만이 아니라 정황으로도 인정될 수 있지만, 결국 '없던 결의를 일으켰다'는 연결고리가 지시 발언, 지휘 정황, 참가자 진술 같은 증거로 드러나야 한다. 단순히 집회를 조직했거나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침입 교사가 곧바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침입까지 하라고 시킨 적 없다', '그렇게 될 줄 몰랐다'는 항변의 실질은 교사의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 항변이 통하려면 앞의 이중 고의 중 하나가 부정돼야 한다. 법원은 교사행위의 내용과 정도, 상대가 범행에 이르게 된 과정, 지시와 결과 사이의 연관성을 종합해 판단한다.
조건을 나눠 보면 이렇다. 침입을 부추긴 발언이나 지휘 정황이 남아 있으면 '몰랐다'는 항변은 약해진다. 반대로 참가 독려에 그쳤고 침입은 일부 참가자의 돌발 행동이었다는 정황이 서면, 교사고의가 부정될 여지가 커진다. 어느 쪽인지는 결국 개별 사건의 증거가 가른다.
한편 상대가 지시를 받아들였지만 실행에 착수하지 않았거나 아예 거절한 경우에도 교사자는 처벌을 피하지 못한다. 형법 제31조 제2항·제3항은 이런 경우 교사자를 예비 또는 음모에 준해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지시가 실패로 끝났다고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