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은 구속된 피고인을 보증금이나 조건을 걸고 풀어주되 재판은 그대로 받게 하는 제도로,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으면 원칙적으로 허가된다. 1심에서 실형이 선고돼도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면 보석이 자동으로 막히지는 않는다. 다만 조건을 어기면 재구속과 함께 보증금 몰취, 과태료나 감치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두는 게 좋다.
구속됐던 피고인이 재판 도중 풀려났다는 뉴스를 보면 사건이 끝난 것처럼 느껴지지만, 보석은 재판 결과와 무관하다. 구속의 집행만 잠시 멈추고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계속 받게 하는 제도다. 혐의가 사라진 것도, 무죄가 확정된 것도 아니다.
핵심은 출석 보증이다. 법원이 보증금이나 여러 조건을 걸어 '이 사람은 도망가지 않고 재판에 나올 것'이라는 담보를 확보하는 구조다.
Photo by Umanoide on Unsplash
형사소송법은 보석 청구가 있으면 원칙적으로 허가하도록 정한다(필요적 보석, 제95조). 오히려 예외에 해당할 때만 막는다. 그 예외는 사형·무기 또는 장기 10년을 넘는 중죄, 누범이나 상습범, 증거를 없앨 염려, 도망할 염려, 주거가 분명치 않은 경우, 피해자나 증인을 해칠 염려다.
이 예외에 걸려도 길이 완전히 닫히는 건 아니다. 법원은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재량으로 보석을 허가할 수 있다(임의적 보석, 제96조). 청구는 피고인 본인뿐 아니라 변호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가족, 동거인, 고용주까지 할 수 있다(제94조).
보증금은 국가가 걷는 돈이 아니라 출석을 담보하는 예치금이다. 재판에 성실히 나오고 조건을 지키면 나중에 돌려받는다. 금액은 법으로 정해진 공식이 없고, 범죄의 성질과 증거, 피고인의 자산 등을 따져 법원이 정한다.
조건도 돈만 있는 게 아니다. 서약서 제출, 주거 제한, 피해자 접근금지, 출국 금지, 피해 배상금 공탁, 제3자의 보증금 납입 등을 필요한 범위에서 하나 이상 붙인다(제98조). 돈이 부족해도 다른 조건으로 갈음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1심에서 실형이 나왔는데 항소심에서 풀려나는 경우가 있다. 얼핏 모순 같지만 이유는 단순하다. 보석은 '피고인' 신분에서 인정되는데,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항소심에서도 여전히 피고인이기 때문이다.
판결 확정 전에는 무죄추정 원칙이 유지된다. 1심 실형 선고 그 자체가 보석을 자동으로 배제하거나 반드시 취소해야 하는 사유는 아니다. 결국 도주 우려 같은 요소를 다시 따져 법원이 판단한다. 그래서 같은 실형이라도 어떤 피고인은 풀려나고 어떤 피고인은 계속 구속된다.
보석은 자유로운 석방이 아니라 조건이 붙은 석방이다. 정한 주거를 벗어나거나, 소환에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거나,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순간 상황이 바뀐다.
법원은 도망, 도망·증거인멸 염려, 소환 불응, 피해자 위해, 조건 위반이 있으면 직권이나 검사 청구로 보석을 취소할 수 있다(제102조). 취소되면 다시 구속된다. 여기에 더해 정당한 사유 없이 조건을 어기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나 20일 이내의 감치가 따로 부과될 수 있다.
보증금도 안전하지 않다. 취소되면 전부나 일부가 몰취될 수 있고(제103조), 실형이 확정된 뒤 집행을 위한 소환에 불응하거나 도망치면 반드시 몰취된다. 반대로 문제없이 절차가 끝나면 몰취되지 않은 보증금은 7일 안에 돌려받는다.
요약하면, 보석은 '나오는 것'보다 '나온 뒤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