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유기 고발은 피해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서면·구술로 검찰이나 경찰에 할 수 있다. 다만 '의식적 직무 포기'라는 성립 요건이 엄격하고, 현직 대통령은 헌법 제84조에 따라 내란·외환이 아닌 한 재직 중 소추가 막힌다. 고발을 고려한다면 성립 요건과 불기소 시 불복 절차인 검찰 항고까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

뉴스에서 "직무유기로 고발했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고발'은 피해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절차다.
고발은 피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범죄사실을 수사기관에 알리고 처벌을 구하는 행위다. 형사소송법 제234조 제1항은 "누구든지 범죄가 있다고 생각하는 때에는 고발할 수 있다"고 정한다. 피해자 본인(또는 법정대리인)만 할 수 있는 고소와 갈리는 지점이다. 그래서 시민단체나 개인이 공직자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는 일이 가능하다.
방법도 까다롭지 않다. 서면이나 구술로 검사 또는 경찰에게 제출하면 된다. 정해진 서식이 요구되지는 않는다. 다만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은 고발할 수 없다는 제한이 있다.
Photo by Anastassia Anufrieva on Unsplash
고발이 쉽다고 해서 죄가 쉽게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문턱이 갈린다.
형법 제122조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한 때"를 처벌한다. 법정형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다.
핵심은 '의식적인 포기'다. 판례는 직무에 대한 의식적인 방임 내지 포기처럼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않은 경우를 직무유기로 본다. 반대로 태만이나 착각, 형식적이고 소홀한 처리에 그친 경우는 직무유기로 보지 않는다. 일을 못한 것과 일을 의도적으로 내던진 것은 다르게 취급된다는 뜻이다. 이 고의 요건 때문에 고발은 접수돼도 혐의 인정까지 가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통령을 겨냥한 고발은 한 겹이 더 있다. 헌법 제84조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즉 내란·외환이 아닌 혐의라면 대통령이 자리에 있는 동안에는 재판에 넘기는 '소추'가 막힌다. 직무유기는 여기서 예외에 들지 않는다. 고발장을 접수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재직 중 기소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다만 이 특권이 취임 전 범죄에까지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고, 재직 중 '소추'에 수사까지 포함되는지를 두고는 학설이 갈린다. 확정된 하나의 결론이 있는 영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고발이 접수되면 수사기관은 사건을 수리한다. 형사소송법은 검사가 수리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수사를 마치고 공소제기 여부를 정하도록 한다. 다만 이 기간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행규정이 아니라 훈시규정으로 해석돼, 실제로는 더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
수사 끝에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기로 하면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다. 혐의가 인정되지 않거나(혐의없음), 증거가 부족하거나, 처벌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경우 등이다.
여기서 고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소인과 다르다. 불기소에 불복하는 고발인은 상급 검찰청에 항고할 수 있고, 기각되면 재항고로 다툰다. 반면 법원에 직접 재판을 열어 달라고 요구하는 재정신청은 원칙적으로 고소인에게 열려 있고, 고발인은 직권남용 등 일부 범죄에서만 가능하다. 직무유기는 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정리하면 이렇다. 직무유기 고발은 누구나 시작할 수 있지만, 의식적 포기라는 성립 요건과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제한된 불복 수단이라는 세 개의 관문을 지난다. 고발을 실제로 고려한다면 이 요건들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