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모텔에서 20대 남성들에게 약물 음료를 먹여 2명을 숨지게 한 김소영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그가 반복 투여 과정에서 챗GPT로 약물의 치사 위험을 검색한 점을 들어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살인의 고의는 살해 목적이 아니라 사망 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용인으로도 성립하기 때문에, 같은 죽음이라도 이 경계가 죄명과 형량을 가른다.

2026년 8월 27일 서울북부지법은 김소영에게 무기징역과 30년간 전자장치 부착을 선고했다. 2025년 12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서울 강북구 모텔에서 20대 남성 3명에게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2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을 의식불명에 빠뜨린 혐의다. 전체 피해자는 사망 2명을 포함해 6명이었다.
피고인은 사람을 죽일 의도나 계획은 없었고 상대가 자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고 했다. 방어를 위해 약을 썼을 뿐이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핵심은 '죽일 목적이 있었느냐'가 아니라 '죽을 수 있다는 걸 알고도 했느냐'였다.

Esra Nur Kalay
형법에서 고의는 하나가 아니다. 확정적 고의는 결과를 분명히 원하고 실행하는 경우다. '이 사람을 죽이겠다'고 마음먹고 흉기를 휘두르는 상황이 여기에 해당한다.
미필적 고의는 결이 다르다.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상관없다고 감수하는 마음이다. 흔히 '누가 죽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으로 설명된다.
주의할 지점은 과실과의 경계다. 위험을 알았지만 '설마 죽지는 않겠지'라고 진짜로 부주의했다면 과실에 가깝다. 반면 위험을 알고도 결과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있으면 미필적 고의다. 이 얇은 차이가 살인이냐 아니냐를 가른다.
대법원은 살인의 고의를 판단할 때 하나의 진술이 아니라 여러 정황을 종합한다. 범행에 이른 경위와 동기, 사용한 수단, 행위의 반복성,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의 정도 등을 함께 본다. 이를 종합판단설이라고 부른다.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가 주목한 것은 검색 기록이었다. 법원은 피고인이 초기에는 구체적인 사망 위험까지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여러 피해자에게 약물을 반복 투여하는 과정에서 챗GPT 등을 통해 수면제 과다 복용의 위험과 술과 함께 먹을 때의 치사 가능성을 검색하며 위험을 점차 인식하게 됐다고 봤다.
즉 '결과 발생 가능성을 알았다'는 부분을 검색 기록으로, '그럼에도 행위를 계속했다'는 부분을 반복 투여라는 행동으로 채운 셈이다. 살해의 목적을 입증하지 않고도 미필적 고의가 성립한 이유다.
이 구분이 중요한 건 죄명과 형량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살인죄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정해져 있다. 미필적 고의라 해도 인정되면 살인죄는 살인죄다.
반면 죽일 뜻은 없이 다치게 할 의도만 있었는데 사망에 이른 경우는 상해치사, 아예 고의가 없이 부주의로 숨지게 하면 과실치사로 죄명이 내려간다. 세 죄는 형의 무게가 뚜렷이 차이 나고, 갈리는 기준이 바로 '어느 수준의 고의였는가'다.
그래서 형사재판에서 고의 다툼은 형량 다툼이기도 하다. 같은 죽음을 두고도 피고인은 과실이나 상해치사 쪽으로, 검찰은 미필적 고의 이상으로 끌어가려 한다. 이번 판결은 디지털 검색 기록이 그 인식의 존재를 증명하는 자료로 쓰일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남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