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원이 유종을 확인하지 않고 기름을 잘못 넣었다면 주유소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배상 책임이 생기지만, 셀프 주유는 원칙적으로 본인 책임이라 출발선이 다르다. 운전자도 유종을 밝히고 확인할 의무가 있어 과실상계로 배상액이 줄며, 한 혼유 사고에서는 1,880여만 원 청구에 200여만 원만 인정됐다. 시동을 켜지 않는 초기 대응과 영수증·CCTV·정비 내역 같은 증거 확보가 실제 받는 금액을 좌우한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잘못 넣어 차가 고장 났다면, 배상을 받을 수 있는지는 대개 한 가지에서 먼저 갈린다. 주유원이 직접 넣었는가, 아니면 셀프 주유였는가다.
주유원이 넣은 경우라면 근거가 분명하다. 법원은 주유소 직원에게 차량의 유종을 확인하고 그에 맞는 연료를 넣을 주의의무가 있다고 본다. 이 의무를 어겨 사고가 났다면 주유소 측 과실이 인정되고, 배상 책임이 생긴다.
반면 셀프 주유소는 원칙적으로 고객 책임 아래 주유가 이뤄진다. 주유소의 관리 소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 한, 잘못 넣은 책임을 주유소에 묻기는 어렵다. 같은 '오주유'라도 출발선이 다른 셈이다.

Jose Ricardo Barraza Morachis
주유원 과실이 인정돼도 청구액을 다 받는 경우는 드물다. 운전자에게도 유종을 정확히 밝히고 제대로 주유되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걸 소홀히 했다면 손해가 생기거나 커지는 데 운전자도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배상액을 깎는다. 이를 과실상계라 한다.
실제 사례가 이 구조를 잘 보여준다. 경유차에 휘발유가 섞인 혼유 사고에서 차량 소유주는 수리비와 차량 보관료, 렌터카 비용 등 1,880여만 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주유원이 유종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운전자가 유종을 명확히 알리고 주유 과정을 확인하지 않은 점을 함께 따져 주유소 측에 200여만 원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200여만 원이라는 숫자를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된다. 과실 비율은 사건마다 다르다. 요점은 '주유소 잘못이면 전액'이 아니라, 운전자가 어떻게 행동했는지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크게 달라진다는 데 있다.
오주유를 알아챈 직후의 행동이 배상 범위를 좌우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동을 켜지 않는 것이다. 잘못된 연료를 연료탱크에만 담아 두면 세척으로 끝나지만, 시동을 걸어 연료가 엔진과 연료계통을 돌면 수리 범위와 비용이 커진다. 손해가 커지면 그만큼 운전자 과실도 무겁게 잡힌다. 주행 중에 알게 됐다면 즉시 갓길에 세우고 보험사에 연락하는 편이 낫다.
배상 청구의 성패는 결국 증거에서 갈린다. 다음을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
특히 '유종을 분명히 말했다'는 점을 뒷받침할 정황은 과실상계 비율을 낮추는 데 직접 작용한다.
절차는 대체로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먼저 주유소 측과 사고 사실을 확인하고 배상을 협의한다. 해당 주유소가 영업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그 보험을 통한 처리가 가능하다.
합의가 되지 않으면 한국소비자원 등에 분쟁조정을 신청해 조정을 시도할 수 있다. 조정도 무산되면 손해액에 따라 소액사건 심판이나 민사소송으로 넘어간다. 사고 정황과 손해액이 복잡하다면 초기에 변호사나 소비자 상담 기관의 도움을 받는 편이 시간을 아낀다.
정리하면, 주유원 과실로 인한 오주유는 배상 청구가 가능하지만 전액을 기대하긴 어렵고, 시동을 켜지 않는 초기 대응과 증거 확보가 실제 받는 금액을 좌우한다. 이 글은 일반적인 기준을 정리한 것으로, 개별 사안의 판단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