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수수의 죄는 받은 액수가 아니라 후원회·기탁 같은 법정 경로를 벗어났는지로 성립한다. 실제 형량은 액수와 대가성이 좌우해, 대가성이 뚜렷하면 뇌물죄로 옮겨가 상한이 오른다. 청탁금지법이 함께 적용되면 형이 경합범으로 가중되므로, 기사에서 적용된 법조가 몇 개인지 확인하면 형량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정치자금 사건 뉴스를 보면 비슷한 돈이 오갔는데 누구는 벌금, 누구는 실형이다. 갈림길은 받은 액수가 아니라 그 돈이 법이 정한 경로로 들어왔느냐다. 정치자금법은 후원회, 기탁금, 정당 당비처럼 공개되고 신고되는 통로만 허용한다. 이 통로를 벗어나 개인이 정치인에게 직접 돈을 건네면, 액수와 상관없이 정치자금부정수수죄가 된다.
2026년 8월 31일 서울중앙지법은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게 1심 징역 2년을 선고했다. 2022년 1월 권성동 전 의원 측에 정치자금 1억 원을 전달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문제가 된 건 1억 원이라는 금액 자체보다, 그 돈이 후원회를 거치지 않은 '법에 정하지 않은 방법'이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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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법 제45조는 "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받은 자"를 처벌한다. 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이다. 준 쪽과 받은 쪽이 함께 처벌된다.
여기에 더해 오간 돈은 몰수 대상이다. 몰수가 불가능하면 그만큼의 가액을 추징한다. 벌금과 별개로 받은 돈을 국고로 토해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실제 부담은 선고된 형량만으로 가늠하기 어렵다.
정치자금법에는 더 가벼운 조항도 있다. 후원 한도를 넘겼거나(제46조·3년 이하 또는 600만 원 이하), 회계보고 의무를 어긴 경우(제47조·2년 이하 또는 400만 원 이하)다. 같은 정치자금법 위반이라도 어떤 조항에 걸리느냐에 따라 상한이 달라진다.
죄의 성립은 방법이 가르지만, 실제 형량은 액수와 대가성이 좌우한다. 오간 돈이 크고, 그 돈이 특정 청탁의 대가라는 정황이 뚜렷할수록 형은 무거워진다.
특히 돈에 직무와 관련된 대가가 붙으면 사건의 성격이 바뀐다. 단순 정치자금 수수에서 뇌물이나 알선수재로 옮겨가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형량 상한이 크게 오른다. 뉴스에서 검찰 구형과 선고가 크게 벌어지는 사건은 대개 이 대가성을 두고 다툰 경우다.
한 사건에 정치자금법과 청탁금지법이 함께 적용되기도 한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이 같은 사람에게서 1회 100만 원, 한 회계연도에 300만 원을 넘는 금품을 받으면 대가성을 따지지 않고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한다. 그 이하 금액은 형사처벌 대신 가액의 2~5배 과태료다.
두 법 위반이 함께 인정되면 형은 하나로 뭉뚱그려지지 않는다. 한학자 총재 1심에서 재판부는 정치자금법 위반에 징역 1년, 청탁금지법 위반과 횡령에 각각 징역 1년을 매긴 뒤 합쳐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여러 죄가 경합하면 가장 무거운 죄의 형에 가중하는 구조라, 적용 법조가 늘수록 총 형량은 올라간다.
정치자금 사건 기사를 볼 때는 다음을 짚으면 형량의 방향이 보인다.
경로를 벗어났고 대가성이 뚜렷하며 적용 법조가 여럿이면 벌금이 아니라 실형으로 향한다. 반대로 절차 위반에 그치고 대가성이 없으면 벌금이나 집행유예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