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상공개는 2024년 1월 시행된 중대범죄신상공개법에 따라 범행의 잔인성·중대한 피해·충분한 증거·공익상 필요라는 네 요건을 모두 갖추고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결정된다. 공개 항목은 얼굴·이름·나이로 한정돼 30일간 게시되며, 피의자는 최소 5일의 유예기간 동안 집행정지 등으로 결정을 다툴 수 있다. 국가가 공개했더라도 개인이 그 정보를 퍼 나르거나 욕설을 더하면 무죄추정 원칙상 명예훼손·모욕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은 따로 기억해야 한다.

흉악 사건이 터질 때마다 "왜 얼굴을 안 까느냐"는 말이 나오지만, 피의자 신상공개는 수사기관이 원한다고 바로 되는 일이 아니다. 2024년 1월 25일 시행된 중대범죄신상공개법은 네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만 공개할 수 있도록 못 박았다.
첫째,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중대범죄여야 한다. 둘째, 그 사람이 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셋째,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해야 한다. 넷째, 피의자가 19세 미만 청소년이 아니어야 한다. 넷 중 하나라도 빠지면 공개 대상이 아니다.
대상 범죄는 과거보다 넓어졌다. 살인 같은 특정강력범죄와 성폭력에 더해 내란·외환, 폭발물, 조직·마약 범죄 등이 포함됐고, 수사 단계의 피의자뿐 아니라 재판을 받는 피고인도 공개 대상이 될 수 있다.

https://kaboompics.com/
요건을 따지는 절차도 정해져 있다. 공개 여부는 검사나 경찰이 혼자 정하지 않고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친다. 이 위원회는 공무원이 아닌 외부 위원이 과반수를 차지하도록 구성된다. 수사기관의 판단만으로 얼굴이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공개 결정 전에는 피의자 본인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 위원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고, 피의자가 의견을 진술할 수 있게 한다. 공개가 일방적인 처분이 아니라 방어권이 전제된 절차라는 뜻이다.
공개되는 항목은 얼굴, 이름, 나이 세 가지다. 과거에는 몇 년 전 증명사진이 공개돼 실물과 다르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지금은 결정일 전후 30일 이내의 모습을 쓴다.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정면·왼쪽·오른쪽 얼굴을 컬러로 촬영해 보관할 수 있고, 본인이 동의하지 않아도 촬영과 공개가 가능하다. 흔히 말하는 머그샷이다.
공개 장소와 기간도 법으로 정해져 있다.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이 지정한 인터넷 홈페이지에 30일간 게시한다. 무기한 박제가 아니라 기간이 끝나면 내려간다는 점은 의외로 덜 알려져 있다.
공개가 결정됐다고 바로 집행되는 것도 아니다. 피의자가 즉시 동의하지 않으면 결정 후 최소 5일의 유예기간을 둔다. 이 기간은 피의자가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등 결정을 다툴 수 있도록 비워 둔 시간이다. 반대로 피의자가 서면으로 이의가 없다고 밝히면 유예 없이 공개할 수 있다.
바로 이 구조 때문에 "수사기관이 공개를 결정해도 피의자가 버티면 실제 공개는 법원 판단으로 넘어가 늦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개가 결정됐다는 보도와 실제 얼굴이 뜨는 시점이 어긋나는 이유다.
여기까지는 국가가 하는 일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국가가 공식 공개한 정보라도, 개인이 그걸 캡처해 커뮤니티에 퍼 나르거나 추측과 욕설을 덧붙이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사기관의 공개와 사인의 유포는 법적으로 별개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무죄추정 원칙이다. 헌법상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 피의자는 무죄로 추정되고, 이는 신상이 공개된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그래서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다.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2년 이하 징역 등에 처해질 수 있고, 온라인에 올리면 정보통신망법이 적용돼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형이 더 무거워진다. 욕설이나 경멸적 표현을 보태면 모욕죄가 따로 붙고, 실명 대신 이니셜만 써도 누구인지 짐작되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뉴스에서 얼굴을 봤다는 것과 내가 그 얼굴을 다시 퍼뜨려도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공개 여부는 국가가 요건을 따져 판단하는 영역이고, 그 선을 넘어 확산시키는 일은 오롯이 개인의 책임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