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압수수색에서도 진료기록은 영장 혐의와 관련된 범위로만, 전자 기록은 필요한 부분만 선별해 복제·출력하는 것이 원칙이다. 관련성을 벗어나거나 참여권·통지 절차를 빠뜨린 압수는 위법해 증거능력이 부정될 수 있다. 환자는 압수목록과 정보주체 통지로 자신의 기록이 포함됐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있으면 준항고로 다툴 수 있다.
병원에 수사관이 압수수색영장을 들고 들어와도 진료기록 전부가 한꺼번에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영장에 적힌 혐의와 관련 있는 범위로만 압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형사소송법 제215조는 압수 대상을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한정한다. 이 선을 넘은 압수는 나중에 재판에서 증거능력이 부정될 수 있다.
법무법인 지평 김선국 변호사는 메디게이트뉴스 법률칼럼(2026년 10월)에서, 영장을 받으면 혐의 내용과 수사 대상자, 압수할 물건, 수색 장소를 먼저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영장에 없는 물건까지 가져가려 하면 그 자리에서 범위를 짚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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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진료기록은 대부분 전자의무기록 형태로 저장된다. 하나의 서버에는 사건과 무관한 다른 환자 정보까지 뒤섞여 있다. 그래서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3항은 필요한 범위를 정해 출력하거나 복제해 제출받는 것을 원칙으로 둔다. 저장장치 자체를 통째로 가져가는 것은 선별이 사실상 불가능할 때로 제한된 예외다.
이 선별 원칙은 대법원 2015년 전원합의체 결정(2011모1839) 이후 자리 잡았다. 혐의와 무관한 정보까지 포괄해 압수하면 위법이 될 수 있다. 전자정보를 복제하고 탐색하는 과정에서 압수당하는 쪽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도 대법원이 거듭 확인한 기준이다(2022도2960).
환자 입장에서 작동하는 보호 장치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참여권이다. 형사소송법 제121조와 이를 수사기관에 준용하는 제219조에 따라, 압수를 당하는 쪽이나 변호인은 집행 과정에 참여해 어떤 정보가 선별되는지 지켜볼 수 있다.
둘째는 정보주체 통지다. 전자정보를 압수한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정보주체에게 그 사실을 지체 없이 알리도록 돼 있다. 진료기록에서 정보주체는 환자 본인이다.
셋째는 임의제출의 함정을 피하는 것이다. 병원이 협조 차원에서 영장에 없는 자료나 휴대전화를 내주면, 그 임의제출물도 압수 대상이 되어 유죄 증거로 쓰일 수 있다. 협조와 포기는 다르다.
내 진료기록이 넘어갔는지 확인하는 경로에는 순서가 있다.
먼저 압수목록이다. 수색이 끝나면 수사기관은 실제 압수한 물건을 적은 목록을 교부한다. 어떤 기록이 어디까지 포함됐는지 여기서 1차로 확인한다.
다음은 정보주체 통지다. 전자 진료기록이 포함됐다면 환자는 통지를 통해 자신의 정보가 압수된 사실을 알 수 있다. 통지가 없었다면 그 자체가 다툼의 근거가 된다.
마지막은 준항고다. 형사소송법 제417조는 수사기관의 압수 처분에 불복해 취소나 변경을 구할 수 있게 한다. 즉시항고와 달리 제기 기간 제한이 없어, 압수목록을 받지 못했거나 관련성 없는 기록까지 압수된 경우 사후에 다툴 수 있다. 다만 어떤 처분을 문제 삼는지 특정해야 하므로, 압수목록과 통지 내용을 모아두는 일이 먼저다.
병원을 운영하거나 기록을 관리하는 쪽이라면 판단 기준은 더 분명하다.
영장이 제시되면 혐의와 대상, 압수할 물건, 장소를 확인하고 그 내용을 기록으로 남긴다. 영장 범위 밖의 자료를 요구받으면 그 자리에서 선을 긋는다.
환자 동의가 없는 진료기록을 영장 없이 협조공문만으로 넘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진료기록에는 의료법상 비밀유지 의무가 걸려 있어, 임의제출이 환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장 집행이라면 포렌식 참여 기회를 요청해 선별 범위를 함께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저항도, 전면 협조도 정답이 아니다. 영장의 범위를 확인하고 절차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환자와 의료인 모두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