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중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은 가해자 상대 손해배상과 별개로 배달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아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다. 산재는 가해자·과실과 무관하게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지급하고, 위자료처럼 산재에 없는 항목은 가해자 측에 따로 청구한다. 두 절차는 중복 항목이 조정되므로 운행 기록을 확보해 순서를 확인하며 함께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

8월 27일 밤 서울 서초구 뱅뱅사거리에서 만취 상태의 마세라티 운전자가 차량 5대를 잇따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를 몰던 40대 배달노동자가 심정지로 숨졌다. 배달 일을 하다 가족을 잃은 유족이라면, 배상이 하나의 창구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부터 알아둘 필요가 있다.
경로는 크게 둘이다. 하나는 사고를 낸 가해자와 그 자동차보험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이고, 다른 하나는 업무 중 사고를 산업재해로 인정받아 받는 산재보상이다. 두 경로는 상대도, 판단 기준도 다르다. 그래서 둘 중 하나만 챙기면 받을 수 있는 돈을 놓칠 수 있다.

Julien
배달 중 사고는 산재보상의 영역이다. 과거에는 배달기사가 산재보험에 이름은 올려도 '전속성 요건'에 걸려 보상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 요건이 폐지되면서 2023년 7월부터 배달대행 기사에게 산재보험이 사실상 전면 적용되고 있다. 배달·이동 중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
산재의 핵심은 가해자가 있든 없든, 유족에게 과실이 있든 없든 정해진 급여가 나온다는 점이다. 사망 사고라면 유족에게는 유족급여가 지급된다. 원칙은 유족보상연금이고, 수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일시금 형태로 받는다. 여기에 장례비도 더해진다. 신청 창구는 근로복지공단이다.
이번 사고처럼 가해자가 명백한 경우에도 산재는 별도로 진행된다. 공단이 유족에게 먼저 산재를 지급한 뒤, 사고를 낸 제3자에게 그만큼을 되돌려 받는 구상 절차를 밟기 때문이다.
산재가 모든 손해를 메우지는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위자료다.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산재보상 항목에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은 가해자와 그 자동차보험을 상대로 따로 청구해야 한다. 사망에 따른 일실수입 등에서 산재가 덮지 못한 초과분도 민사로 다툴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이중으로 받을 수는 없다는 원칙이다. 같은 성질의 손해는 공제된다. 대법원은 피해자 과실이 있을 때 보험급여를 먼저 빼고 나서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을 적용해 왔다. 다만 이번 사고는 가해자의 음주운전이라는 중대한 과실이 있어, 피해자 과실을 따지는 국면과는 성격이 다르다.
| 구분 | 산재보상 | 가해자 배상(민사·자동차보험) |
|---|---|---|
| 청구 상대 | 근로복지공단 | 가해자·자동차보험사 |
| 유족 과실 | 따지지 않음 | 과실상계 대상 |
| 위자료 | 없음 | 청구 가능 |
두 절차는 동시에 열어두되, 순서와 조정 관계를 챙겨야 한다.
먼저 배달 업무 중 사고였다는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모은다. 배달앱 운행 기록, 배차 내역, 사고 시각과 위치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자료가 산재의 '업무상 재해' 인정과 가해자 상대 소송에서 모두 근거가 된다.
산재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신청한다. 가해자 측 자동차보험에는 대인배상을 청구하되, 산재와 겹치는 항목은 조정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 어느 쪽에서 먼저 받느냐에 따라 다른 쪽 금액이 정산되므로, 순서를 임의로 정하기보다 항목별 중복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위자료처럼 산재에 없는 항목은 가해자 측에서 온전히 받을 몫이다.
형사 절차는 배상과 별개로 흘러간다. 음주운전 사망 사고는 처벌 수위가 높지만, 가해자에 대한 형사 처벌이 곧 유족의 배상을 대신하지는 않는다. 손해배상은 위 두 경로로 따로 챙겨야 한다.
계산과 공제 관계가 얽혀 있어 유족이 혼자 판단하기는 어렵다. 산재 신청과 손해배상 청구를 함께 다뤄 본 노무사나 변호사의 상담을 초기에 받아두는 편이 손해를 줄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