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은 피고인만 신청할 수 있고 대상도 합의부가 맡는 사건으로 한정돼, 단독판사가 다루는 대부분의 명예훼손 사건은 애초에 신청 대상이 아니다. 대상이 되는 사건이라면 공소장 부본을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신청해야 하며, 배심원 평결은 법원을 기속하지 않는 권고적 효력을 가진다. 신청 여부는 무죄를 다툴 여지와 공개 심리에 따른 사생활 노출 위험을 함께 따져 정하되, 내 사건이 합의부 대상인지부터 변호인과 확인해야 한다.
출발점부터 짚어야 한다. 국민참여재판은 재판을 받는 피고인만 신청할 수 있다. 명예훼손으로 누군가를 고소한 쪽, 즉 피해자나 고소인에게는 신청 권한이 없다. "내가 고소한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하고 싶다"는 요구는 제도상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제도가 실제로 쓸모 있는 쪽은 명예훼손으로 기소돼 피고인이 된 경우다. 검사가 기소하고, 그 사건이 아래 조건을 갖췄을 때 비로소 신청을 고민할 수 있다.
Photo by Michael D Beckwith on Unsplash
국민참여재판은 아무 형사사건에나 열리지 않는다. 대상은 판사 세 명이 맡는 합의부 사건으로 한정된다. 그런데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대체로 판사 한 명이 심리하는 단독사건이다. 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 명예훼손을 포함해도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한다.
즉 일반적인 명예훼손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해도 대상이 아니어서 열리지 않는다. 예외가 있다면, 피고인이 합의부 심판을 청구하고 법원이 그 사건을 합의부로 넘기는 이른바 재정합의를 거치는 경우 정도다. 그래서 신청을 떠올렸다면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배심원 유무가 아니라 "내 사건이 합의부 사건인가"다.
대상 사건이라면 절차는 빠르게 돌아간다. 법원은 공소장 부본과 함께 국민참여재판 안내서, 의사확인서를 보낸다. 피고인은 이 부본을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서면으로 내야 한다.
기한을 놓쳐도 길이 완전히 닫히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7일이 지났더라도 첫 공판기일이 열리기 전까지는 신청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신청한다고 무조건 열리지는 않는다. 법원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배제결정으로 일반 재판으로 돌릴 수 있다.
국민참여재판의 핵심은 배심원이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있다. 배심원의 유·무죄 평결은 법원을 기속하지 않는다. 법이 '권고적 효력'만 인정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판사가 평결을 마음대로 뒤집는 것도 아니다.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평결을 존중하고, 평결과 다른 판결을 내릴 때는 그 이유를 판결서에 적어야 한다. 실무에서 배심원이 만장일치로 낸 무죄를 판사가 유죄로 뒤집는 일은 흔치 않다. 법적 구속력과 실제 영향력은 결이 다르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무죄를 다툴 여지가 크고 배심원의 상식적 판단이 유리하게 작동할 사건이라면 신청 실익이 있다. 반대로 다툼의 여지가 적거나 공개 심리로 사생활이 오히려 더 부각될 사건이라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첫 단추는 결국 내 사건이 대상인지, 그리고 배심원 앞에 서는 것이 유리한 그림인지를 변호인과 함께 냉정하게 따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