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걷다 차에 치인 보행자의 손해배상은 운전자의 급발진 주장과 상관없이 가해차량 의무보험(대인배상)으로 진행된다. 급발진 입증 책임은 운전자 측에 있어 보행자와 제조사 사이가 아니라 운전자와 제조사 사이 다툼으로 남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실제로 챙겨야 할 것은 사고 직후 증거 확보와 치료가 끝나기 전 성급한 합의를 피하는 일이다.
10월 어린이대공원역 인근에서 택시가 인도로 돌진해 40대 보행자가 숨지는 사고가 났다. 이런 사고에서 운전자가 "급발진이었다"고 주장하면 피해자나 유족은 보상을 못 받는 건 아닌지 불안해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인도를 걷던 보행자의 손해배상은 가해차량이 가입한 자동차보험, 택시라면 공제조합의 대인배상으로 진행된다. 급발진 여부는 운전자가 자기 책임을 덜기 위해, 또는 보험사가 제조사에 구상하기 위해 다투는 문제이지, 보행자가 보상을 받는 단계에서 먼저 증명해야 할 사안이 아니다. 인도 위 보행자는 과실을 따질 여지가 거의 없어 과실상계로 깎이는 부분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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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의 책임은 형사, 민사, 보험 세 가지가 동시에, 그러나 별개로 진행된다. 이걸 묶어서 생각하면 "보험 처리했으니 끝"이라는 오해가 생긴다.
| 구분 | 처리 주체 | 내용 |
|---|---|---|
| 형사책임 | 검찰·법원 | 운전자 처벌 여부 |
| 민사배상 | 가해자·보험사 | 피해자 손해 배상 |
| 보험처리 | 보험·공제조합 | 치료비·위자료 지급 |
특히 형사책임은 보험 가입이나 합의와 별개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은 종합보험에 들었거나 피해자와 합의했더라도, 12대 중과실에 해당하거나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거나 사망한 경우에는 처벌하도록 한다. 인도로 돌진한 사고는 12대 중과실 중 '보도 침범'에 해당할 수 있고, 이 경우 운전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된다. 보험사가 치료비를 내줬다는 사실이 형사 처벌을 지워주지는 않는다.
급발진 주장이 운전자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려면 운전자 스스로 그것을 입증해야 한다. 제조물책임법 제3조의2는 2017년 개정으로 피해자의 증명 부담을 덜어주는 결함 추정 규정을 뒀지만, 실제 법정에서는 문턱이 높다.
대법원은 2020다263758 판결에서 급발진을 주장하려면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지 않았다는 점을 간접 사실로 증명해야 한다고 보고, 하급심의 결함 추정을 뒤집어 사건을 돌려보냈다. 차량 결함의 핵심 정보는 제조사가 쥐고 있어 일반 운전자가 입증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이른바 '도현이법'으로 불린 개정 논의가 있었지만 진전은 더딘 상태다.
이 구조가 보행자에게 뜻하는 바는 분명하다. 급발진 다툼의 무게는 운전자와 제조사에게 실리고, 보행자는 그 결론을 기다리지 않고 가해차량 보험으로 먼저 보상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보상의 크기는 증거가 얼마나 남아 있느냐로 갈린다. 시간이 지나면 지워지는 자료부터 확보해야 한다.
가해 차량과 주변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 사고 지점 인근의 상가·지자체 CCTV, 목격자 연락처, 현장 사진이 우선순위다. CCTV는 보관 기간이 보통 2주 안팎으로 짧아, 경찰 수사 요청이나 정보공개 청구로 서둘러 확보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덮어쓰기 된다. 병원 진단서와 치료 기록은 민사배상 금액의 근거가 되니 처음부터 빠짐없이 모아둔다.
합의는 돌이키기 어렵다. 서명 전 몇 가지는 반드시 짚어야 한다.
첫째, 치료가 끝나고 후유장해가 확정되기 전에는 합의를 서두르지 않는다. 나중에 추가 치료가 필요해도 이미 합의했다면 받기 어렵다. 둘째, 형사합의와 민사배상은 다른 돈이다. 형사합의금은 운전자의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한 것이고, 민사배상은 손해 자체에 대한 것이라 하나로 뭉뚱그리면 손해다. 셋째, 합의서에 '민·형사상 일체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문구가 있으면 민사 손해배상 청구권까지 함께 사라질 수 있으니 범위를 반드시 확인한다.
보험사가 처음 제시하는 금액은 협상의 출발점일 뿐 정해진 답이 아니다. 금액이 적정한지 판단이 서지 않으면 서명을 미루고, 금융감독원(1332)이나 손해보험협회의 무료 상담을 거친 뒤 결정하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