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 피의자 신상공개는 2024년 시행된 특정중대범죄 신상정보 공개법에 따라 범행의 잔혹성·증거·공익 등 요건을 심의위원회가 따져 결정한다. 신상공개는 중대범죄 발생 후 피의자를 특정해 진행되는 사후 제도여서, 스토킹 신고 단계의 안전과는 트랙이 다르다. 보복이 우려된다면 신상공개를 기다리기보다 접근금지·전자장치 부착 같은 잠정조치를 먼저 신청하는 것이 안전에 직접 닿는다.

강력범죄 뉴스에서 피의자 얼굴과 이름이 공개될 때, 그 결정은 수사기관의 즉흥적 판단이 아니라 법에 정한 절차를 거친다. 2024년부터 시행된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이 근거다.
공개 대상은 살인·성폭력 같은 특정중대범죄로 한정된다. 그다음 여러 요건을 동시에 따진다.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피해가 중대할 것, 그 사람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볼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권리와 재범 방지 같은 공익 목적이 인정될 것, 그리고 피의자가 성인일 것. 미성년자는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
이 요건을 판단하는 곳이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다. 위원회 심사를 통과하면 얼굴, 성명, 나이가 공개된다. 얼굴은 이른바 머그샷 형태로도 공개될 수 있고, 온라인에 30일간 게시된다. 최근 4년간 교제하던 6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52세 남성의 신상이 경찰청 홈페이지에 한 달간 게시된 사례가 이 절차를 그대로 따른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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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신고가 먼저 있었던 사건에서 사람들이 자주 던지는 질문이 있다. 위험 신호가 있었는데 왜 공개는 사건이 벌어진 뒤에야 이뤄지느냐는 것이다.
답의 핵심은 신상공개와 사전 신고가 서로 다른 제도라는 데 있다. 신상공개는 성격상 사후 조치다. 중대범죄가 이미 발생하고, 그 범인을 특정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모이고, 위원회가 요건을 심사한 뒤에야 가능하다. 여기에 대상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는 절차까지 밟는다. 스토킹 신고 단계에서는 아직 이 요건들이 성립하지 않는다. 그 시점에 필요한 건 얼굴을 공개하는 일이 아니라, 가해 우려가 있는 사람을 피해자에게서 떼어놓는 조치다.
정리하면 신상공개는 예방 장치가 아니라 공익을 위한 사후 공개에 가깝다. 피해자 안전을 지키는 실질적인 방패는 다른 제도에 있다.
스토킹처벌법은 피해자를 위한 잠정조치를 단계별로 두고 있다. 서면 경고(1호), 피해자와 그 주거로부터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2호), 전화·문자 같은 전기통신을 통한 접근금지(3호),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3호의2), 그리고 유치(4호)다. 접근금지 위반 여부를 전자장치로 관제하고, 피해자에게 별도 보호장치를 지급해 가해자가 일정 거리 안으로 들어오면 경보가 울리게 하는 방식도 포함된다.
신청은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검사 또는 경찰에게 잠정조치를 청구·신청해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잠정조치 기간은 기본 3개월이다. 이때 문자메시지, 카카오톡이나 SNS의 위협성 발언, 통화 녹음 같은 객관적 자료를 함께 확보해두면 조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보복이 우려된다면 순서는 분명하다. 신상공개를 기다리기보다, 위협을 입증할 기록을 모아 접근금지와 전자장치 부착 같은 잠정조치부터 신청하는 것이 안전에 직접 닿는 길이다. 신상공개는 사건이 끝난 뒤 사회가 사후에 확인하는 절차이고, 지금 당장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이 사전 조치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