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가양동 영구임대아파트 화재로 거동이 어려운 뇌병변 장애 모친과 간병하던 아들이 함께 숨졌고, 이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현행법은 화재 시 관리주체가 개별 입주민을 대피시킬 의무를 명확히 두지 않아, 배상은 대피 여부가 아니라 소방·피난시설의 하자나 관리 과실을 입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유족은 감식 결과를 확보한 뒤 관리주체의 재난배상책임보험과 공공관리 단지의 국가배상 가능성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2026년 8월 11일 오후 4시 55분,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영구임대아파트 15층에서 불이 났다. 이 집에 살던 61세 어머니와 38세 아들이 함께 숨졌다. 어머니는 약 10년간 중증 뇌병변 장애로 거동이 어려웠고, 아들은 하던 일을 그만두고 어머니를 돌봐 온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당국은 두 사람이 119 도착 전에 15층에서 화단으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1992년에 지어진 노후 단지로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소방은 장비 25대와 인력 87명을 투입해 오후 5시 19분 큰 불길을 잡았다. 화재 원인과 추락 경위는 경찰·소방 합동 감식으로 조사 중이어서, 관리주체의 과실 여부를 지금 단정하기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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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입장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물음은 관리사무소가 거동 불편한 입주민을 대피시켰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그러나 현행법은 화재가 났을 때 관리주체가 개별 입주민을 직접 대피시킬 일반적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
관리주체에게 부여된 것은 공용부분의 유지·보수·점검과 안전관리계획 수립, 소방·피난시설의 정상 유지 같은 '평상시 관리' 의무다. 화재 순간 특정 세대의 사람을 업고 내려올 법적 책무가 조문으로 못 박혀 있는 것은 아니다. 배상 책임을 따질 때 초점이 대피 그 자체보다 시설과 관리의 하자로 옮겨 가는 이유다.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이 인정되려면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하다. 발화 원인이 규명되어야 하고, 관리주체의 과실이나 공작물(건물·시설)의 설치·보존상 하자가 입증되어야 한다. 판례는 단지 그 건물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사실만으로 하자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스프링클러 미설치가 곧 하자가 되는지도 따져 봐야 한다. 아파트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는 시기별로 강화돼 왔지만 소급 적용은 원칙적으로 없다. 설치 기준은 1992년 이후 준공분 16층 이상에서, 2005년 1월부터 11층 이상, 2018년부터 6층 이상으로 낮아졌다. 이 사고 아파트가 1992년 준공 15층이라면 당시 기준상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었을 수 있고, 그렇다면 미설치 자체를 하자로 보기는 어렵다. 반대로 감식에서 피난 통로 관리 소홀이나 소방시설 관리 부실 같은 별도의 과실이 드러나면 책임 판단이 달라진다.
책임 성립이 불확실하더라도 유족이 확인해 둘 경로는 있다. 상황에 따라 다음을 점검해 볼 수 있다.
정리하면 이 사건에서 배상 가능성은 '대피를 안 시켰다'가 아니라 '시설과 관리에 하자·과실이 있었나'로 갈린다. 감식에서 관리 부실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청구는 쉽지 않고, 확인된다면 보험과 국가배상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