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제3조 속인주의에 따라 한국 국적자가 해외에서 저지른 성범죄는 현지 합법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에서 처벌될 수 있다. 다만 재판권이 있다는 것과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별개로, 수사 개시와 해외 증거 확보가 현실적 관문이 된다. 본인이나 가족의 사안이라면 범행 당시 국적, 피의자 소재, 공소시효 정지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어떤 범죄를 한국 법원이 다룰 수 있는지는 재판권이 있느냐에서 출발한다. 한국 형법은 우선 속지주의를 따른다.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벌어진 일이면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적용된다는 원칙이다. 문제는 사건이 국경 밖에서 일어났을 때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속인주의다. 형법 제3조는 대한민국 영역 밖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도 이 법을 적용한다고 정한다. 범행 장소가 아니라 행위자의 국적이 기준이다. 한국 국적자라면 지구 반대편에서 저지른 일도 한국 형법의 사정권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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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인주의에서 자주 오해하는 지점이 있다. "그 나라에서는 합법이었다"는 항변이다. 현행 제3조는 이른바 절대적 속인주의로 해석된다. 행위지에 처벌 규정이 없거나 합법이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한국법 적용이 배제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대법원도 같은 입장이다. 2001년 99도3337 판결에서 법원은 외국인의 카지노 출입이 허용되는 필리핀에서 도박을 한 한국인에게 한국 형법을 적용했다. 성범죄도 구조가 같다. 현지에서 단속 대상이 아니더라도 한국 형법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면 귀국 후 수사와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현지 사정은 처벌 여부가 아니라 양형에서 참작될 여지가 남을 뿐이다.
반대 경우도 있다. 외국에서 외국인이 한국인을 피해자로 삼은 사건이다. 이때는 형법 제6조가 적용된다.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한 국외범이라면 외국인에게도 한국 형법을 적용할 수 있다. 다만 단서가 붙는다. 행위지의 법률로 범죄가 되지 않거나 소추·형 집행이 면제되는 경우는 예외다. 이른바 쌍방가벌성 요건이다.
대표적 적용 사례가 1996년 페스카마호 사건이다. 공해상 원양어선에서 외국인 선원들이 한국인을 다수 포함한 승선원을 살해했고, 법원은 제6조를 근거로 재판권을 인정했다.
재판권이 있다는 것과 수사가 실제로 열리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해외 성범죄 수사는 대체로 네 갈래로 시작된다.
피해자의 고소나 현지 언론 보도가 단서가 되기도 한다. 어느 경로든 해외라서 묻힌다는 전제는 안전하지 않다.
처벌까지 가는 길에서 실질적인 장벽은 증거 확보다. 사건 현장이 국외에 있으면 영상, 현장 진술, 물증을 한국 수사기관이 직접 확보하기 어렵다. 국제형사사법공조에 기대야 하는데, 상대국의 협조 여부와 속도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
피의자가 외국에 머물며 돌아오지 않으면 수사는 통상 기소중지로 멈추고, 지명수배와 인터폴 공조 절차로 넘어간다. 여기서 알아둘 점이 공소시효다.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계속 머무는 기간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대법원도 2024도8683 판결에서 이 법리를 확인했다. 해외로 피해 있으면 시효가 그만큼 흘러간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원칙은 분명하지만 개별 사건의 결론은 세부 사정에서 갈린다. 다음을 먼저 따져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성인 대상 성매매와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는 적용 법률과 형량이 크게 다르다. 후자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이 적용돼 형이 훨씬 무겁고 신상정보 등록·공개 대상이 될 수 있다. 사안의 성격을 먼저 가려야 대응 방향이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