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약 대리수령은 가족·법정 보호자가 요건과 서류를 갖추면 의료법과 약사법 테두리 안에서 허용된다. 가수 싸이 사건은 가족이 아닌 매니저가 향정신성의약품을 대신 받은 점이 문제가 돼 벌금 500만원으로 이어졌다. 받는 사람이 가족인지, 대리수령 요건에 맞는지, 약이 향정신성의약품인지 세 가지를 따져보면 위험한 상황을 미리 가를 수 있다.

가족의 약을 대신 타온 적 있다면 먼저 안심해도 된다. 처방약 대리수령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법이 정한 요건과 관계, 서류를 갖추면 본인이 아니어도 약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그 선을 벗어났을 때다. 최근 가수 박재상(싸이) 씨가 비대면으로 처방받은 수면제를 매니저를 통해 대신 받은 혐의로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으면서 이 주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매니저는 가족이 아니었다. 바로 이 지점이 합법과 위법을 가른다.

Tessy Agbonome
대리수령을 규율하는 법은 하나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세 갈래로 나뉜다.
처방전을 대신 받는 절차는 의료법 제17조의2가 정한다. 약국에서 조제약을 수령하고 판매하는 부분은 약사법 제24조가 적용된다. 여기에 수면제·신경안정제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이 걸리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 더해져 규제가 한층 엄격해진다.
주의할 점은 처벌 대상이 받는 사람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요건을 벗어난 처방·수령이 확인되면 의사와 환자가 함께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의사는 면허 자격 정지, 환자는 관련 법 위반 책임을 질 수 있다.
의료법상 대리수령은 아무 때나 되는 게 아니라 두 상황에서만 열린다.
여기에 더해 대신 받을 수 있는 사람도 정해져 있다. 직계존비속과 그 배우자, 환자의 배우자와 배우자의 직계존속, 형제자매, 노인의료복지시설 종사자, 그리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가족과 법이 인정한 보호자에 한정된다.
절차도 필요하다. 대리처방 확인서와 환자·대리인의 신분증, 그리고 가족관계증명서처럼 관계를 증명할 서류를 갖춰야 한다.
반대로 아래에 해당하면 대리수령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싸이 사건이 걸린 지점이 여기다. 대리로 받은 것 자체보다, 가족이 아닌 매니저가 향정신성의약품을 대신 받은 구조가 문제였다.
혼동하기 쉬운 두 개념을 구분해두면 판단이 쉬워진다.
대리수령은 이미 나온 처방에 따라 약을 대신 받아오는 행위다. 요건을 갖추면 가능하다. 반면 대리처방은 환자 진료 없이 의사에게 처방부터 받아내는 행위다. 이쪽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비대면 진료가 문제가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화면으로 얼굴만 비추고 의존성 강한 약을 반복 처방받거나, 여러 병원을 돌며 같은 약을 쌓는 식의 오남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열흘 남짓 동안 여러 병원에서 같은 항우울제를 반복 처방받은 사례도 접수됐다.
정리하면 스스로 점검할 기준은 세 가지다.
앞의 두 가지를 충족하고 일반 처방약이라면 서류를 갖춰 대신 받는 데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셋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특히 대상이 수면제·신경안정제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이라면 편의로 여기고 남을 보내는 순간 형사 책임으로 번질 수 있다. 급할수록 약국이나 병원에 대리수령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