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의 역사 왜곡 논란으로 제작진이 명예훼손으로 고발되고 배우 유해진은 경찰 신변보호를 받게 됐다. 법은 실존 인물을 다룬 창작물을 판단할 때 '구체적 허위사실의 적시'와 '허구·추측·해석'을 구분하며, 세부 내용이 역사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는 명예훼손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 창작자는 허구임을 분명히 하고 구체적 허위로 평가를 떨어뜨리지 않아야 하며, 비판하는 시민도 배우 개인에 대한 허위사실·모욕·협박은 별개의 범죄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1974년 문세광의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영화에 사건의 배후를 다르게 가정하는 장면이 담겨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한 전직 시의원은 제작진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배우 유해진은 자택 앞 집회와 온라인 공격이 이어지자 경찰 신변보호를 받게 됐다.
이 사안의 핵심 질문은 하나다. 실존 인물과 역사를 다룬 창작물은 어디까지 허용되고, 어디서부터 명예훼손이 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법은 '구체적 허위사실의 적시'와 '허구·추측·해석'을 분명히 나눠서 본다.

Sora Shimazaki
사망한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은 형법 제308조가 다룬다. 이 조항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를 처벌하며, 2년 이하 징역·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여기서 두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적시한 내용이 '허위의 사실'이어야 한다. 단순히 불쾌하거나 해석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는 성립하지 않고, 영화가 어떤 가능성을 '가정'하는 장면은 사실의 단정적 적시로 보기 어렵다. 둘째, 사자명예훼손은 친고죄다. 고인의 유족이 직접 고소해야 처벌 절차가 시작된다.
살아 있는 사람에 대한 명예훼손(제307조)은 범위가 조금 다르다. 허위뿐 아니라 사실 적시도 처벌될 수 있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면 위법성이 조각된다.
대법원은 역사적 인물을 모델로 한 작품의 명예훼손 여부를 따질 때 한 가지 사실만 보지 않는다. 적시된 내용, 그것을 진실로 믿을 만한 근거의 신빙성, 예술적 표현의 자유가 갖는 가치와 인격권 보호의 이익을 함께 저울질하고, 작품의 제작 목적과 역사물이라는 특성까지 고려한다.
실제 판결의 흐름도 일관된다. 세부 내용이 역사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는 명예훼손을 잘 인정하지 않았다.
| 작품 | 쟁점 | 법원 판단 |
|---|---|---|
| 서울 1945 | 이승만·장택상 묘사 | 2010년 무죄 확정 |
| 실미도 | 684부대 훈련병 묘사 | 대법원 원고 패소 |
| 그때 그 사람들 | 박정희 서거 묘사 | 공인 표현의 자유 폭넓게 인정 |
다만 '그때 그 사람들'은 일부 장면에 대해 허구임을 알리는 자막을 넣는 조건이 붙었다. 표현의 자유가 넓게 인정되더라도 무제한은 아니라는 뜻이다.
판례의 방향은 분명하지만, 안전한 쪽은 세 가지를 지키는 것이다.
허구가 섞였다면 그 사실을 관객이 알 수 있게 밝힌다. 가정이나 추측을 마치 확인된 사실처럼 단정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그리고 실존 인물에 대한 구체적 허위사실로 그 사람의 사회적·역사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서술은 피한다. 이 선을 넘지 않으면 '해석이 다르다'는 비판은 받을 수 있어도 형사 책임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영화와 제작진, 그 메시지를 비판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다. 상영 중단을 요구하거나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반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선이 갈리는 지점이 있다. 배우 개인을 향한 허위사실 유포, 모욕, 협박, 자택 앞 위협은 창작물 비판과 전혀 다른 문제다. 각본과 연출의 책임을 출연 배우에게 돌려 허위사실로 공격하면 그 자체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협박죄가 될 수 있고, 온라인에서의 비방은 정보통신망법으로도 처벌된다.
정리하면 창작자는 '허구와 허위사실의 경계'를, 비판하는 쪽은 '작품 비판과 개인 공격의 경계'를 지켜야 한다. 논란의 온도와 법적 책임은 별개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