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사건이 2026년 10월 23일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혀 당선무효형이던 1심 벌금형이 파기됐다. 재판부는 제3자가 비용을 댄 정황은 인정하면서도 핵심 증거인 명태균 진술의 신빙성과 오 시장의 사전 인지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제3자 대납이 정치자금법 위반이 되는지는 대납 사실만이 아니라 정치인이 알고 요청했는지와 이를 뒷받침할 물증 여부에서 갈린다.
정치자금법은 돈을 주고받는 방법을 엄격하게 정해 둔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후원회나 지정된 계좌를 거치지 않고 정치자금을 주고받으면, 제45조 정치자금부정수수죄로 처벌한다. 핵심은 금액이 아니라 '정해진 통로를 벗어났는가'다.
제3자가 정치인의 활동 비용을 대신 내주는 대납도 여기에 걸릴 수 있다. 돈이 직접 정치인의 손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정치인이 치러야 할 비용을 누군가 떠안으면 그만큼 이익을 본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공표를 목적으로 한 여론조사 비용은 선거를 준비하는 정치비용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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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사건이 이 쟁점을 정면으로 다뤘다. 검찰은 여론조사 비용 3300만원을 후원자 김한정 씨가 대납하게 했다며 기소했고, 1심은 열 건 중 다섯 건, 2100만원을 불법 정치자금 기부로 인정해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했다. 벌금 100만원 이상이면 시장직을 잃는 당선무효형이었다.
2026년 10월 23일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가 뒤집은 지점은 '돈이 오갔는가'가 아니라 '오 시장이 이를 알고 의뢰했는가'였다. 유죄의 사실상 유일한 핵심 증거였던 명태균 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고, 여론조사가 반드시 오 시장의 의뢰로 진행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함께 기소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과 김한정 씨도 무죄가 나왔고, 특검의 항소는 기각됐다.
주목할 대목은 재판부가 증거의 문턱을 높였다는 점이다. 브로커의 진술이나 정황보다 물적 증거를 중심에 뒀다. 돈이 건너간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 사실만으로는 정치인의 범죄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같은 '명태균 여론조사'라도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은 결이 다르다. 윤 전 대통령 쪽은 명 씨에게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였고, 1심은 묵시적 합의에 따른 무상 여론조사를 정치자금으로 보고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부인 김건희 씨는 같은 혐의로 1·2심 모두 무죄를 받았다.
한쪽은 '공짜로 받은 것', 다른 쪽은 '제3자가 돈을 대신 낸 것'이다. 제공 방식이 다르니 법적 쟁점도 갈린다. 무상 수수는 제공 행위 자체가 기부인지가 문제이고, 제3자 대납은 정치인이 그 사실을 사전에 알고 요청했는지가 더 크게 걸린다.
이 판결은 법정 밖에도 시사점이 있다. 정치 영역이든 아니든, 내가 치러야 할 비용을 누군가 대신 내주는 일은 세법이나 관련 법에서 '이익을 받은 것'으로 잡힐 수 있다. 정치자금법에서는 그 선이 특히 분명하다.
후원을 하거나 받을 때는 몇 가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첫째, 돈이 선관위에 등록된 후원회나 공식 계좌를 거치는가. 사적으로 비용을 대신 내주는 방식은 금액이 적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둘째, 비용의 성격이 정치활동이나 선거 준비와 연결되는가. 공표용 여론조사처럼 선거를 겨냥한 지출은 정치비용으로 해석되기 쉽다. 셋째, 누가 요청하고 누가 알았는지가 기록으로 남는가. 오세훈 사건이 보여주듯, 유무죄는 대납 사실 자체가 아니라 '정치인이 알고 요청했다는 입증'에서 갈렸다.
다만 이 사건은 특검이 상고하면 대법원 판단이 남는다. 2심 무죄가 곧 대납이 모두 적법하다는 뜻은 아니다. 제3자 대납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의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