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은 2026년 9월 11일 군기누설 혐의로 기소된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에게 1심 무죄를 선고했다. 군사기밀 누설죄는 고의범이 원칙이라 정보가 기밀이라는 점과 누설 고의가 모두 입증돼야 하는데,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그 둘을 모두 부정했다. 비밀취급자라면 고의 유무를 떠나 기밀로 지정된 정보를 밖으로 옮기지 않는 것이 유일하게 안전한 기준이다.
군사기밀 누설죄가 성립하려면 세 가지가 모두 있어야 한다. 넘긴 정보가 실제로 '군사기밀'이어야 하고, 그것을 타인에게 알리는 '누설' 행위가 있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기밀을 누설한다는 '고의'가 있어야 한다.
이 죄는 고의범이 원칙이다. 누설하려는 의도 없이 실수로 흘린 경우는 별도의 과실 누설죄로만 다뤄진다. 군사기밀보호법을 보면 업무상 기밀을 취급하는 사람이 고의로 누설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지만, 과실로 누설한 경우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 벌금에 그친다. 형량 차이가 이렇게 큰 이유는, 형사처벌의 무게를 '알고도 넘겼는지'에 두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설 정황이 있어도 검찰이 고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무거운 누설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 정보가 오간 사실만으로 유죄가 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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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는 군기누설 혐의로 기소된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 1심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그가 2024년 12월 2일 오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정보사 현황과 임무를 보고한 뒤, 같은 날 오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통화하며 그 내용과 장관 지시사항을 넘겼다고 봤다.
재판부는 두 축에서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나는 기밀성이다. 법원은 문 전 사령관의 발언이 '특수부대, 임무, 장비'를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고, 그 부대와 장비는 이미 외부에 알려진 편제여서 군사적으로 위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애초에 보호할 만한 기밀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다른 하나는 고의다. 재판부는 그의 발언이 "장관에게 보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의도를 넘어, 군사기밀을 누설하려는 고의에서 비롯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통화 내용이 오갔다는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것이 곧 기밀을 넘기려는 의도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즉 성립요건 세 가지 중 기밀성과 고의성 두 개가 무너졌다. 하나만 부정돼도 유죄가 어려운 구조에서, 둘 다 인정되지 않았으니 무죄로 이어졌다.
이 판결을 '기밀을 말해도 괜찮다'는 신호로 읽으면 위험하다. 무죄의 핵심은 해당 정보가 기밀이 아니었고 누설 의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지, 기밀 전달이 허용된다는 뜻이 아니다.
실무에서 위험이 커지는 지점은 대체로 이렇게 갈린다.
정리하면, 비밀취급자에게 안전한 기준은 단순하다. 기밀로 지정됐거나 지정 가능성이 있는 정보는 상대가 누구든, 사적 대화든 업무 보고든 밖으로 옮기지 않는 것이다. 고의가 없었다는 항변은 재판까지 가야 다투는 문제이지, 그 자체로 수사를 면제해 주지 않는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번 판결은 1심이다. 검찰이 항소하면 상급심에서 기밀성과 고의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