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7일 도쿄발 쿠알라룸푸르행 여객기의 바퀴 수납공간에서 밀항자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기내에서 벌어진 범죄라면 도쿄협약에 따라 항공기 등록국이 우선 수사권을 갖지만, 이런 변사 사건은 실제로는 시신이 발견된 착륙국이 수사를 맡는다. 밀항 진입 경위는 출발국이, 신원 확인은 국제 공조로 나뉘어 진행된다는 점을 알아두면 관할을 헷갈리지 않는다.
2026년 8월 27일, 도쿄에서 출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KLIA2)에 내린 여객기의 바퀴 수납공간에서 시신이 나왔다. 착륙 뒤 정비 직원이 오전 6시 55분쯤 발견했다. 사망자는 10대로 추정되며, 신분증이 없었고 사망한 지 72시간이 넘은 상태였다. 당국은 밀항으로 보고 있다.
이런 사건에서 사람들이 가장 먼저 헷갈리는 것이 '어느 나라가 수사하느냐'다. 출발지는 일본, 도착지는 말레이시아, 항공기 국적은 또 다를 수 있다. 셋 중 어디가 이 죽음을 파헤칠 권한을 갖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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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안에서 벌어진 범죄를 다루는 국제 규범은 1963년 도쿄협약이다. 정식 이름은 '항공기 내에서 행한 범죄 및 기타 행위에 관한 협약'이다.
이 협약의 핵심은 등록국 우선 원칙이다. 비행 중 기내에서 범죄가 일어나면, 그 항공기가 등록된 나라가 1차로 수사·처벌 권한을 갖는다. 흔히 '깃발의 법(law of the flag)'이라 부른다. 배에 걸린 국기의 나라 법이 그 배 위에 적용되는 것과 같은 논리다. 2014년 몬트리올 의정서는 여기에 착륙국과 항공기 운항사의 나라도 관할을 가질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는 함정이 있다. 도쿄협약이 겨냥하는 것은 '기내에서 누군가가 저지른 범죄'다. 기내 난동, 폭행, 위협 같은 것이다.
바퀴 수납공간에 숨어든 밀항자의 죽음은 성격이 다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나뉘는 사건이 아니라, 신원 미상의 변사다. 이런 경우 실무는 단순하다. 시신이 발견된 나라가 수사한다. 자국 영토에서 발견된 시신에 대해 사인을 규명하는 것은 그 나라의 당연한 권한이자 의무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라면 말레이시아 경찰이 주체가 된다.
대신 그 사람이 어떻게 공항 보안을 뚫고 바퀴칸까지 접근했는지, 출발지 공항의 경비에 구멍이 있었는지는 출발국인 일본의 몫이 된다. 하나의 죽음을 두고 수사가 나라별로 나뉘는 셈이다.
바퀴 수납공간은 사람이 살아남기 어려운 공간이다. 순항 고도에서는 기온이 영하 50도 아래로 떨어지고, 산소도 극도로 희박하다. 이륙 뒤 바퀴가 접히면서 몸이 끼일 위험도 크다.
위키피디아가 정리한 기록을 보면, 확인된 바퀴칸 밀항 시도 가운데 86명이 숨졌고 치사율은 약 76%에 이른다. 살아 내린 사람이 드물다는 뜻이다. 이번 사망자처럼 신원증명서 없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밀항 사망 사건에서 가장 어려운 단계는 수사 관할이 아니라 신원 확인이다. 여권도 없고, 시신 훼손이 심한 경우가 많다.
이때 나서는 것이 지문과 DNA 대조, 그리고 인터폴을 통한 국제 공조다. 발견국이 확보한 지문과 DNA를 출발지 추정 국가의 데이터와 맞춰 보는 식이다. 관할을 정리하면 이렇게 볼 수 있다. 시신 수사는 발견된 착륙국, 밀항 진입 경위는 출발국, 신원 확인은 국제 공조다. 하나의 비행에 세 나라의 법과 기관이 얽히는 것, 그것이 국경을 넘는 죽음의 복잡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