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중국인 유학생 살해 사건 피의자가 범행 뒤 피해자 남자친구 행세로 112에 허위 실종신고를 했고, 경찰이 신고자 진술의 허점을 파고들어 혐의를 밝혀냈다. 수색 같은 긴급 대응을 유발한 허위 신고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될 수 있지만, 살인·사체유기라는 중대 혐의 앞에서 그 형량은 사실상 흡수된다. 허위 신고 자체보다 계획적 은폐 정황이 양형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지가 실제 형량을 가른다.

경북 경산에서 중국인 유학생을 살해한 혐의로 30대 남성 A씨가 8월 27일 구속됐다. 피해자가 다니던 대학의 강사였던 A씨는 8월 20일 피해자를 살해한 뒤, 여성복을 입고 피해자 행세를 하며 동대구역으로 이동해 마치 피해자가 스스로 떠난 것처럼 행적을 꾸민 혐의를 받는다.
그다음 A씨는 자신을 피해자의 남자친구라고 밝히며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대구로 간다더니 연락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경찰이 최초 신고자인 A씨를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진술의 허점을 발견해 혐의를 의심했다. 수사에 혼선을 주려던 허위 신고가 오히려 그를 겨냥한 실마리가 된 셈이다.

Paul Bill
허위 신고는 단순한 거짓말과 다르다. 경찰을 움직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실종신고는 즉시 수색과 위치 추적 같은 긴급 대응을 부른다. 대법원은 2024년 11월 판결에서, 허위 112신고로 경찰이 위급 상황으로 오인해 즉각 출동·보호조치에 나섰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형법 제137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주의할 구분이 있다. 같은 판결은 수사기관을 상대로 허위 진술을 해 수사가 헛돌게 한 것만으로는 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수사기관에는 스스로 진위를 가릴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처럼 실종 수색이라는 긴급 대응을 실제로 유발했다면 위계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
무고죄와 헷갈리기 쉽지만 다르다. 무고죄(형법 제156조, 10년 이하 징역)는 특정한 다른 사람을 형사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거짓 신고를 했을 때 성립한다. 남자친구 행세는 신원을 속인 것일 뿐 누군가를 범인으로 몰지는 않았으므로 무고죄와는 결이 다르다.
죄명별 법정형을 보면 무게 차이가 분명하다.
| 죄명 | 근거 | 법정형 |
|---|---|---|
| 살인 | 형법 250조 | 사형·무기·5년 이상 징역 |
| 사체 손괴·유기 | 형법 161조 | 7년 이하 징역 |
| 위계공무집행방해 | 형법 137조 | 5년 이하 징역·1천만 원 벌금 |
여러 죄가 함께 인정되면 경합범으로 형이 가중되지만, 살인과 사체유기의 형이 워낙 무거워 허위 신고죄가 전체 형량을 크게 끌어올리지는 않는다. 실질적인 영향은 형량 산정 자체보다 양형에 있다. 살해 뒤 시신을 훼손·유기하고 피해자 행세로 신고까지 꾸민 정황은 계획성과 은폐 시도를 보여주는 불리한 정상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반성이나 유족과의 합의 같은 유리한 정상은 이 사건에서 기대하기 어렵다.
살인 같은 중범죄가 얽히지 않은 일반적인 허위 신고는 처벌 수준이 훨씬 낮다. 경범죄처벌법상 거짓 신고는 6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과료에 그치고, 112 허위신고에는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이번 사건처럼 경찰의 실제 출동과 수색을 유발했다면 위계공무집행방해로 무겁게 다뤄질 수 있고, 상습적이거나 대규모 인력이 동원됐다면 실형이 선고되기도 한다. 장난 전화라도 경찰을 움직였다면 벌금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A씨의 최종 혐의와 형량은 검찰 기소와 재판을 거쳐 확정된다. 현재까지는 살인과 사체유기가 본류이고, 허위 실종신고는 그 위에 얹히는 부수적 혐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