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선이 항공사 책임으로 지연되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지연 시간대별로 운임의 10~30%를, 결항이면 200~600달러를 배상받을 수 있다. 항공사는 '안전운항을 위한 점검'을 들어 거부하지만, 면책되는 건 예견할 수 없던 정비뿐이고 그 사실은 항공사가 입증해야 한다. 숙식·대체편·환불을 순서대로 요구하고 증빙을 남겨 1372와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를 거치면 된다.

기체 결함으로 비행기가 회항하거나 오래 지연됐을 때, 보상 여부는 항공사의 선의에 달린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배상액을 구간별로 정해 두고 있고, 진짜 쟁점은 '그 정비가 예견할 수 없던 것이었나'로 좁혀진다.
지난 9월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는 항공서비스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냈다. 최근 3년간 피해구제 접수가 7,438건으로 연평균 37%씩 늘었고, 그중 결항·지연 같은 계약불이행이 27.2%를 차지했다. 결함을 이유로 한 지연·회항에서 어떻게 대응할지는 이제 자주 쓰는 사람일수록 알아 둘 값어치가 있다.

Abdiel Hernandez Villegas
국제선이 항공사 책임으로 지연돼 도착이 늦어지면, 지연 시간에 따라 운임의 일부를 배상받는다.
| 도착 지연(국제선) | 배상 |
|---|---|
| 2~4시간 | 운임의 10% |
| 4~12시간 | 운임의 20% |
| 12시간 초과 | 운임의 30% |
여기서 '운임'은 실제로 낸 항공권 값을 기준으로 하되, 유류할증료나 공항세 같은 기타 수수료는 빼고 계산한다. 그래서 같은 노선이라도 사람마다 배상액이 다를 수 있다.
결항은 계산이 다르다. 대체편을 언제 태워 주느냐에 따라 200~600달러를 배상하고, 대체편조차 제공하지 못하면 해당 구간 운임을 환불하고 600달러를 더 물어 준다. 지연이든 결항이든 공항에 발이 묶여 머물러야 하면 적정한 숙식비도 배상 대상이다.
현장에서는 요구할 것을 순서대로 챙기는 게 실수가 적다.
먼저 당장 필요한 것을 확보한다. 다음 비행까지 밤을 넘겨야 한다면 숙소와 식사를 요청한다. 이건 보상과 별개로 체재가 생기면 받는 것이다. 다음은 대체편이다. 같은 항공사든 다른 항공사든 가장 빠른 대체편을 요구하고, 제공받은 시간이 늦을수록 결항 배상액이 커진다. 대체편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여정을 포기한다면 환불을 택할 수 있고, 항공사가 대체편을 아예 못 내놓으면 환불에 더해 배상까지 받는다.
항공사가 가장 자주 내미는 거절 사유가 "안전운항을 위한 점검이었다"는 말이다. 실제 이번 피해주의보에서도 기내에서 네 시간을 대기한 승객에게 항공사가 안전운항을 위한 점검이었다며 배상을 거부한 사례가 소개됐다. 기준은 기상, 공항 사정, 안전운항을 위해 예견하지 못한 정비 등을 불가항력으로 보고 면책하기 때문이다.
핵심은 '예견하지 못한'이라는 조건이다. 기체 결함으로 갑자기 정비가 필요해진 경우는 천재지변과 달리 불가항력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정상적인 정비를 다 마쳤는데도 예측할 수 없던 결함이었다는 점을, 소비자가 아니라 항공사가 입증해야 한다. 입증하지 못하면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 그러니 "점검 때문"이라는 한마디로 거절당해도 그대로 물러설 일은 아니다. 항공사가 내미는 점검 기록이 '예견할 수 없었음'을 증명하는지가 관건이다.
다툼은 결국 증거 싸움이 된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기록을 남겨 두는 게 중요하다.
항공사가 끝내 거부하면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상담하고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해 권고·조정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소비자원은 강제할 권한이 없어, 항공사가 조정을 따르지 않으면 소액심판 같은 민사소송으로 가야 한다.
출발지와 도착지가 모두 협약 당사국인 국제선이라면, 지연 손해에는 국내법보다 몬트리올협약이 먼저 적용된다. 대법원은 2023년, 이 협약이 직접 다루지 않는 정신적 손해는 우리 민법으로 따로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운임 비율 배상만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니, 피해가 크다면 이 점까지 따져 보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