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기각은 피의자를 가둘 필요가 없다는 판단일 뿐, 혐의가 사라졌거나 무죄라는 뜻이 아니다. 기각 뒤에도 검사는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이어가고 사정이 바뀌면 영장을 다시 청구할 수 있다. 기각과 무죄는 별개이므로 최종 결론은 재판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건 판사가 "지금 이 사람을 가둘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죄가 없다고 본 게 아니다. 형사소송법 제70조는 구속의 사유를 세 가지로 못 박고 있다.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다. 피의자 구속에도 이 조항이 준용된다.
여기서 핵심은 순서다. 판사가 먼저 보는 것은 "죄를 지었나"가 아니라 "가둬야 할 현실적 이유가 있나"다. 혐의가 어느 정도 인정되더라도 주소가 분명하고 증거를 없앨 정황이나 달아날 우려가 없다면, 불구속 상태로도 수사가 가능하다고 보고 영장을 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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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각 사유를 전할 때 자주 나오는 표현이 "혐의를 다툴 여지가 있다"는 말이다. 이건 무죄라는 뜻이 아니라, 증거관계상 유죄가 확실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의자가 사실관계를 두고 반박할 부분이 남아 있다는 의미다.
법원은 이런 경우 방어권을 넓게 보장하려는 쪽으로 기운다. 다툴 지점이 있는 사건을 구속 상태에서 진행하면 피의자가 자료를 준비하고 반론을 펴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혐의가 무겁고 증거인멸 정황까지 뚜렷하면, 형사소송법 제70조 제2항이 정한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 위험성, 피해자나 중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 우려가 함께 고려돼 영장이 발부되는 쪽으로 기운다.
가장 오해가 잦은 지점이다. 기각은 수사의 종결이 아니다.
우선 검사는 기각 결정에 곧바로 불복할 수 없다. 판례는 구속영장 기각을 항고나 준항고의 대상이 되는 '결정'으로 보지 않는다. 대신 검사에게는 영장을 다시 청구할 길이 열려 있다. 처음 청구 때와 사정이 달라졌거나 새로운 증거가 확보되면 재청구가 가능하다.
재청구를 하지 않더라도 수사 자체는 멈추지 않는다. 피의자를 가두지 않은 채 조사를 이어가는 불구속 수사가 이어지고, 수사 결과에 따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는 불구속 기소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신병을 확보하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 사건의 실체를 따지는 절차는 그대로 굴러간다.
정리하면 이렇다. 구속 여부는 재판에 앞서 신병을 어떻게 관리할지를 정하는 절차이고, 유무죄는 그 뒤 재판에서 증거를 따져 가리는 별개의 문제다.
그래서 영장이 기각됐다는 소식만으로 "무혐의"나 "무죄"를 읽어내는 건 성급하다. 반대로 영장이 발부됐다고 해서 유죄가 확정된 것도 아니다. 구속된 피의자가 재판에서 무죄를 받는 경우도, 불구속으로 수사받던 사람이 유죄로 처벌되는 경우도 모두 있다.
같은 '기각'이라도 맥락이 다르므로 아래를 나눠 보면 오해가 줄어든다.
기각은 수사의 한 장면일 뿐 결론이 아니다. 최종 판단은 재판정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