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재판(공판기일)은 진술거부권 고지와 인정신문에 이어 검사의 공소사실 낭독, 피고인의 인부 절차로 시작한다.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하면 증인신문을 포함한 정식 증거조사를 거쳐야 하므로 자백 사건보다 재판이 길어진다. 재판은 원칙적으로 공개되어 누구나 방청할 수 있고, 판결서는 사건 확정 후 법원 홈페이지에서 열람할 수 있다.

재판장은 피고인에게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먼저 알린다. 이어 이름과 나이, 주거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한다. 그다음 검사가 공소장에 적힌 공소사실과 죄명, 적용 법조를 낭독한다.
피고인 차례가 되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밝힌다. 이 대목이 인부(認否) 절차다. 심우정 전 검찰총장 측이 2026년 9월 30일 첫 기일에서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한 것이 바로 이 단계에 해당한다.

KATRIN BOLOVTSOVA
피고인이 혐의를 인정하면 법원은 간이공판절차로 증거조사를 간단히 마칠 수 있다. 다툴 사실이 없기 때문이다.
부인하면 달라진다. 검사가 낸 증거를 하나씩 법정에서 따져야 한다. 증거능력이 있는지, 믿을 만한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증인을 불러 신문하고 서류와 물증을 조사한다. 이 증거조사가 재판의 본체이자 가장 긴 부분이다.
전제도 다르다. 피고인은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되고, 혐의를 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부인 사건에서 재판이 치열해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검사는 유죄를 뒷받침할 증거를 하나씩 세우고, 변호인은 그 증거의 허점을 파고든다.
증인이 여러 명이면 기일도 여러 번 잡힌다. 한 기일에 한두 명씩 신문하는 경우가 많고, 기일과 기일 사이에도 보통 몇 주씩 간격이 생긴다. 증인 수가 곧 재판 기간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세간의 이목이 쏠린 사건일수록 증인과 쟁점이 많아 1심 선고까지 여러 달이 걸리는 경우가 흔하다.
쟁점이 많고 복잡한 사건은 본 재판(공판기일) 전에 공판준비기일을 먼저 연다.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자리다. 심우정 사건도 9월 30일과 10월 23일 준비기일을 거친 뒤에야 정식 심리로 넘어간다. 준비기일에는 인정신문을 하지 않고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할 필요도 없다는 점이 본 기일과 다르다.
증거조사가 끝나면 검사와 변호인이 피고인에게 필요한 사항을 묻는 피고인신문을 한다. 이어 검사가 구형을 하고, 변호인과 피고인이 최후진술을 하면서 변론이 종결된다.
재판부는 변론을 종결한 뒤 선고기일을 따로 정해 판결을 선고한다. 여기서 유의할 점이 있다. 구형은 검사의 의견일 뿐 법원을 구속하지 않는다. 실제 형은 선고 때 정해진다. 부인하던 피고인이 유죄로 인정되는지, 어떤 형을 받는지는 이 선고에서 확인된다.
재판은 원칙적으로 공개된다. 특별한 제한이 없다면 누구나 해당 법정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볼 수 있다. 관심 있는 사건의 기일은 대법원 '나의 사건검색'이나 법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판결서는 사건이 확정된 뒤 법원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열람하고 출력할 수 있다.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을 직접 열람하려면 재판장 허가가 필요하다. 소송이 끝난 기록은 1건당 500원, 복사는 1장당 50원의 수수료가 붙지만, 사건 당사자가 계속 중인 기록을 보는 경우는 무료다. 뉴스로 접한 사건의 결론이 궁금하다면, 선고 결과와 이후 확정된 판결문을 이 경로로 따라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