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구형은 형벌을 요청하는 의견일 뿐 법원을 구속하지 않아, 판사는 이보다 낮게도 높게도 선고할 수 있다. 실제 형량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따라 감경·기본·가중 세 구간에서 정해지며 개별 사건의 유리·불리 정황이 구간을 가른다. 선고 소식을 볼 때는 구형량과의 단순 비교보다 어떤 감경·가중 요소가 반영됐는지를 봐야 결과를 이해할 수 있다.
뉴스에 "검찰이 징역 5년을 구형했다"는 문장이 나오면 이미 형이 정해진 듯 읽힌다. 하지만 구형은 형벌이 아니다. 검사가 재판 마지막 단계인 최종변론에서 "이 피고인에게 이 정도 형이 마땅하다"고 판사에게 제시하는 의견이다.
즉 구형은 검사 측의 요청이자 주장일 뿐, 확정된 결과가 아니다. 실제 형을 정하는 사람은 판사다. 그래서 며칠 뒤 나오는 선고가 구형과 다른 숫자로 나오는 일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KATRIN BOLOVTSOVA
핵심은 구형에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다. 법원은 검사의 구형과 변호인의 변론을 함께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구형보다 낮게 선고할 수도, 반대로 더 높게 선고할 수도 있다.
검찰과 법원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검사는 공익과 재범 방지 관점에서 형을 제시하고, 법원은 그 사건 하나하나의 사정까지 따져 최종 형량을 정한다. 구형은 판단의 출발점 중 하나이지 판사가 따라야 할 정답이 아니다.
그럼 판사는 형량을 어떻게 정할까. 뼈대가 되는 것이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만든 양형기준이다. 살인, 사기, 뇌물, 횡령 등 49개 주요 범죄에 대해 기준이 마련돼 있다.
양형기준은 범죄 유형마다 감경·기본·가중이라는 세 구간의 권고 형량범위를 제시한다.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이 많으면 감경 구간, 불리한 사정이 크면 가중 구간, 그 밖이면 기본 구간이 적용된다. 반성이나 피해 회복, 초범 여부 같은 요소가 여기서 갈린다.
다만 양형기준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이 아니라 권고적 효력을 가진다. 판사는 이를 참고하되 사건의 특수성에 따라 다르게 판단할 수 있고, 기준을 벗어나면 판결문에 이유를 적는다.
선고가 구형보다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 "판사가 봐줬다"는 인상이 남기 쉽다. 하지만 방향은 한쪽만 있는 게 아니다.
불리한 정황, 이른바 특별가중인자가 두드러지면 형은 오히려 무거워진다. 예를 들어 특별가중인자만 두 개 이상이거나 특별가중이 특별감경보다 두 개 이상 많으면, 권고 형량범위의 상한을 절반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이때는 구형을 넘는 선고도 가능하다.
정리하면 판사는 법정형에서 가중·감경을 거쳐 처단형이라는 범위를 정하고, 그 안에서 구체적인 선고형을 결정한다. 구형은 이 과정 어디에도 상한이나 하한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구형과 선고를 비교할 때는 단순히 숫자 차이만 보면 사건을 오해하기 쉽다. 다음을 함께 보면 결과가 훨씬 잘 읽힌다.
구형과 다른 선고가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점만 기억하면, 다음 판결 소식은 훨씬 또렷하게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