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 전 장관 내란 사건 항소심이 1심 징역 25년을 9년으로 낮췄지만 내란 가담 유죄 자체는 유지됐다. 항소심은 1심을 백지에서 다시 하지 않고 적법성과 타당성을 점검하는 구조라, 형량은 주로 혐의 일부 무죄·양형 재평가·새로운 사정에서 갈린다. 9년이라는 선고형은 양형부당 상고를 제한하므로 대법원 단계에서 유무죄 법리가 어떻게 다퉈지는지를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10월 21일 서울고법 형사1부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내란 사건 항소심에서 1심의 징역 25년을 9년으로 낮췄다. 16년이 깎인 셈이다. 숫자만 보면 재판이 뒤집힌 듯 보이지만, 재판부는 핵심 혐의인 내란 가담 자체는 그대로 유죄로 인정했다. 형이 크게 준 것은 1심이 유죄로 본 세부 혐의 가운데 상당수가 무죄로 정리됐기 때문이다.
이 차이를 이해하려면 항소심이 1심을 어떻게 다시 보는지를 알아야 한다. 항소심은 사건을 백지에서 처음부터 다시 재판하는 자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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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현행 형사 항소심을 '사후심적 속심'이라고 설명한다. 1심이 쌓아 둔 증거와 기록을 이어받되, 1심 판결이 적법하고 타당했는지를 사후에 점검하는 구조라는 뜻이다. 그래서 항소심에서 다투는 쟁점은 대체로 네 갈래로 모인다.
사실오인은 1심이 사실관계를 잘못 봤다는 주장, 법리오해는 법 해석을 잘못 적용했다는 주장이다. 양형부당은 선고된 형이 사안에 비해 너무 무겁거나 가볍다는 주장이고, 여기에 항소심에 들어와 새로 생긴 사정(피해 회복, 합의, 공탁 등)이 더해진다. 재판부는 이 네 가지를 중심으로 1심을 다시 저울질한다.
형이 줄어드는 길은 보통 세 가지다. 첫째, 1심이 유죄로 본 혐의 일부가 무죄로 바뀌는 경우다. 유죄 범위가 좁아지면 처벌 근거 자체가 줄어 형이 내려간다.
둘째, 양형 재평가다. 다만 여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대법원은 1심이 형법이 정한 양형 조건과 양형 기준을 참작해 재량의 합리적 범위 안에서 형을 정했다면, 항소심이 단지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뒤집어선 안 된다고 본다. 그래서 합의나 공탁 같은 새로운 사정이 없으면 '형이 무겁다'는 주장만으로 감형되기는 쉽지 않다.
셋째가 바로 그 새로운 사정이다. 항소심 단계에서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피해를 회복하면 형이 줄어드는 사유가 된다.
박성재 사건에서 재판부는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피고인이 그 위법성을 알았다고 보아 내란 참여 자체는 유죄로 유지했다. 출입국 금지 업무 직원에게 출근을 지시한 점, 수도권 교정시설 수용 능력 점검을 지시한 점이 계엄 가담 행위로 인정됐다.
반면 검찰·법의학 인력 파견 지시 등 일부 행위는 입증이 부족하거나 계엄 목적에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고, 직권남용 혐의도 상당 부분 통상 업무 범위로 보아 무죄로 정리했다. 유죄의 골격은 남기되 가지를 쳐낸 셈이다. 다만 각 무죄 판단이 16년 감형에 얼마씩 작용했는지는 판결문 전문을 비교하기 전에는 단정하기 어렵다.
박성재 측은 유죄로 인정된 부분에 불복해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상고심은 사실을 다시 따지는 자리가 아니라 법령 위반 여부를 보는 법률심이다. 형이 적정한지를 다투는 양형부당 주장은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서만 상고 이유가 된다.
이번 선고형은 9년이다. 기준인 10년에 못 미치므로, 피고인이든 검사든 '형량 자체'만으로는 대법원에서 다투기 어렵다. 그래서 상고심의 승부처는 양형이 아니라 유죄 인정에 법리 오류가 있었는지에 모인다.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 9년이 그대로 확정되고, 원심에 법리 문제가 있다고 보면 사건은 다시 고등법원으로 돌아간다.
형량 숫자만 비교하면 사건을 거꾸로 읽기 쉽다. 같은 판결이라도 유죄 범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감형이 혐의 축소 때문인지 새로운 사정 때문인지를 나눠 봐야 한다.
이 세 가지만 구분해도 '25년이 9년으로'라는 제목 뒤에서 실제로 무엇이 유지되고 무엇이 깎였는지를 가릴 수 있다. 특히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어느 쪽도 최종 결론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