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무죄가 났던 카카오 김범수 SM엔터 시세조종 사건에서 검찰이 9월 23일 항소심에서도 다시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구형은 검사가 요청하는 형량 의견일 뿐 구속력이 없어, 1심 무죄와 무관하게 검사는 유죄를 주장하며 같은 형을 구형할 수 있다. 실제 형은 11월 20일 항소심 선고에서 정해지므로, 구형 숫자가 아니라 선고일을 결과로 기억하는 것이 정확하다.

뉴스를 보다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대목이 있다. 1심에서 무죄가 났는데, 항소심에서 검찰이 다시 징역 15년을 요청하는 장면이다.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사건이 그렇다. 1심 법원은 카카오의 주식 매수 방식이 시세조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9월 23일 열린 항소심에서 검찰은 1심과 똑같이 징역 15년과 벌금 5억1000만원을 요청하고, 약 1272억원의 추징도 구했다. 같이 기소된 배재현 전 투자총괄대표에게는 12년,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에게는 9년을 구형했다.
무죄 판결이 뒤집힌 걸까? 아니다. 구형과 선고를 구분하면 오해가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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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은 검사가 재판부에 이 정도 형을 내려달라고 밝히는 의견이다. 말 그대로 요청이며, 법적 구속력이 없다.
선고는 다르다. 판사가 검사의 구형과 변호인의 주장, 증거를 모두 따진 뒤 내리는 판결이 선고이고, 이것이 피고인에게 실제로 적용되는 형이다. 검사는 처벌을 구하는 쪽이라 형을 높게 부르는 경향이 있어, 실제 선고는 구형보다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구형 숫자만 보고 형이 확정됐다고 읽으면 사실과 어긋난다.
핵심은 지금 재판이 왜 열리고 있느냐다. 1심 무죄에 검찰이 불복해 항소했기 때문에 항소심이 진행되는 것이다.
우리 형사재판에서 항소심은 1심 기록을 다시 들여다보며 사실관계와 법리를 새로 판단한다. 즉 1심에서 무죄가 나왔더라도, 검사는 항소심에서 여전히 유죄를 주장하며 형을 구형할 수 있다. 그 구형이 1심과 같은 15년이라는 건, 검찰이 1심 판단에 동의하지 않고 기존 입장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다툼의 핵심은 같은 행위를 어떻게 보느냐다. 검찰은 2023년 2월 SM엔터 인수전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막으려 주가를 공개매수가인 12만원 위로 끌어올린 시세조종이라고 본다. 반대로 김범수 측은 불법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1심 무죄가 유지돼야 한다고 맞섰다. 같은 매수 행위를 두고 위법이냐 정상 거래냐가 갈리는 것이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검사도 변호인도 아닌 법원이 정한다.
이번 항소심 선고는 11월 20일로 예정돼 있다. 이날 재판부가 무죄를 유지할지, 유죄로 판단할지, 유죄라면 형을 얼마로 정할지가 비로소 결정된다. 구형 15년은 그 결정의 재료일 뿐이다.
선고 이후에도 절차는 남는다. 항소심 판결에 검사나 피고인이 불복하면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고, 항소·상고를 제기하려면 선고일로부터 7일 안에 서류를 내야 한다. 대법원은 사실을 다시 따지기보다 법리 적용이 옳았는지를 보는 단계다.
정리하면 이렇다. 헤드라인의 15년은 검찰이 원하는 형이지 확정된 형이 아니다. 1심 무죄와 항소심 구형이 동시에 존재하는 건 모순이 아니라, 검찰이 불복해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다. 결과가 궁금하다면 구형이 보도된 날이 아니라 선고일을 기억해 두는 편이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