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은 현직 교사에게 3억4600만원을 주고 수능 문항을 사들인 일타강사 현우진 씨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이 돈을 대가에 상응하는 사적 거래로 봤고, 공직자라도 사적 영역의 정당한 거래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비슷한 거래를 앞뒀다면 대가가 시세를 현저히 넘는지, 정당한 권원이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이재욱 부장판사는 2026년 8월 26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일타강사 현우진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현 씨는 교재개발업체 관계자와 함께 2020년 3월부터 2023년 5월까지 현직 수학교사 2명에게 수능·모의고사 문항을 받고 3억4600만 원을 건넨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재판부의 논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오간 돈이 문항이라는 상품·용역에 상응하는 대가라면, 청탁금지법이 막는 '금품수수'가 아니라 사적 거래라는 것이다. 교사들에게 지급된 금액은 모의고사 문항당 23만~24만 원, 교재용 문항당 12만~14만 원 수준이었다. 전문업체나 일반인에게 지급하던 시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았다. 대가를 현저히 초과하지 않았다는 점이 무죄의 결정적 근거가 됐다. 함께 기소된 교사 2명과 업체 관계자도 모두 무죄를 받았다.
Photo by Antoine Dautry on Unsplash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와 공립·사립 교원, 언론인 등에게 적용된다.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1회 100만 원, 회계연도당 300만 원을 넘는 금품을 받으면 처벌하는 강한 법이다. 현직 교사가 받는 쪽에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에 법이 적용됐다.
관건은 예외 조항이다. 제8조 제3항 제3호는 "사적 거래로 인한 채무의 이행 등 정당한 권원에 의하여 제공되는 금품"을 규제 대상에서 뺀다. 국민권익위원회 해석을 보면, 이 예외가 인정될 경우 100만 원·300만 원 한도를 넘는 금액이라도 허용된다. 문항을 팔고 그 값을 받은 것이 증여가 아니라 정당한 거래의 대가라면, 금액의 크기 자체는 처벌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번 판결은 그 예외의 문을 통과한 사례다.
재판부는 판결 이유에서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밝혔다. 형사처벌은 최후의 수단이고,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전부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형사처벌만 면하면 된다는 식의 비도덕적 행위를 막기 위해서라도 도덕과 윤리의 영역을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무죄는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결론일 뿐, 현직 교사가 사교육 강사와 수능 문항을 거래한 행위가 옳았다는 판단이 아니다. 이 구분을 흐리면 판결을 오독하게 된다.
교습·교재·컨설팅처럼 공직자나 교원이 낀 금전 거래를 앞두고 있다면, 이 판결을 '면죄부'로 읽기 전에 어떤 조건에서 무죄가 나왔는지를 봐야 한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번 판결은 1심이다. 같은 쟁점이 상급심에서 달리 판단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법적 무죄와 별개로, 거래 상대가 규정과 이해충돌에서 자유로운지는 스스로 따져야 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