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부경찰서 경찰관이 실종 신고 두 건을 가족에게 거짓으로 알린 뒤 종결한 혐의로 구속됐다. 함께 적용된 혐의 중 직무유기는 1년 이하지만 공전자기록위작은 10년 이하 징역으로 무게가 크게 다르다. 경찰 대응이 미심쩍은 가족은 재신고와 이의신청, 수사심의신청, 국가배상 청구 등으로 확인과 불복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제주서부경찰서 부 경장이 실종 신고 두 건을 가족에게 "연락이 닿았다"고 거짓으로 알린 뒤 자체 종결한 혐의로 8월 25일 구속됐다. 그중 37세 여성 장미란 씨 사건은 5월 15일 오후 6시 43분에 접수돼 같은 날 밤 9시 16분에 종결됐다. 신고에서 종결까지 2시간 33분이었다.
장 씨는 이후 석 달 넘게 지난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달 신고된 60대 남성도 제주시 구좌읍에서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이 경찰관이 지난해 3월 이후 종결한 실종 사건 298건을 전수 조사하고 있는데, 약 10건이 허위 종결로 의심되고 이 가운데 3명은 아직 연락이 닿지 않는다.
이 사건에는 서로 무게가 다른 혐의가 겹쳐 적용됐다. 직무유기, 공전자기록위작·변작, 그리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다. 같은 "허위 종결"처럼 보여도 각 혐의가 겨냥하는 지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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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유기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 수행을 거부하거나 직무를 저버렸을 때 적용된다(형법 제122조). 법정형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다. 공무원 직무 범죄치고는 가벼운 편이다.
문제는 성립 범위가 좁다는 점이다. 판례는 단순히 일을 게을리한 정도가 아니라, 직무를 의식적으로 방임하거나 포기한 수준이어야 직무유기로 본다. 실종 수색을 소홀히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이 죄를 씌우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래서 허위 종결 사건에서 직무유기는 대개 다른 혐의와 함께 붙는다.
핵심은 여기에 있다. 공전자기록위작·변작죄는 사무 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으로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의 전자기록을 위작 또는 변작했을 때 성립하며,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이다(형법 제227조의2). 직무유기의 상한과 비교하면 10배다.
이 경찰관은 실종 관리 시스템에 장 씨가 "교통사고로 숨졌다"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입력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사망 여부나 사인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스템 기록 자체를 거짓으로 만든 행위다. 일을 안 한 것을 넘어, 하지 않은 일을 한 것처럼 공적 기록을 조작했다는 점에서 죄의 성격이 달라진다.
수사에서 무게 중심이 직무유기가 아니라 이 혐의에 실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법원이 "증거 인멸이 우려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도, 조작된 기록과 관련된 증거가 남아 있다는 판단과 무관하지 않다.
세 번째 혐의인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는 조작의 대상이 기록이 아니라 사람일 때 겹친다. 가족에게 "본인이 연락이 닿았고 알리지 말아 달라고 했다"는 식으로 거짓 설명을 해 재신고나 추가 수색을 막았다면, 다른 공무원의 정당한 직무 수행을 속임수로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리하면 하나의 사건에서 안 한 것(직무유기), 기록을 조작한 것(공전자기록위작), 사람을 속인 것(공무집행방해)이 각각 다른 죄로 나뉜다. 실형 가능성을 좌우하는 쪽은 형량이 가장 무거운 공전자기록위작이다.
가족이 "연락이 닿았다"는 말을 들었지만 석연치 않다면, 그 말을 그대로 믿고 기다리기 전에 확인과 이의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지휘라인 4명이 모두 대기발령된 데서 보이듯, 허위 종결은 담당자 한 명의 일탈로만 끝나지 않는다. 담당자의 말 한마디에 사건이 닫혔다면, 그 말을 검증할 통로가 가족에게 열려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