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이 운영하는 업체와 계약했다는 사실만으로 배임죄가 성립하지는 않으며 회사에 실제 손해가 났는지가 갈림의 핵심이다. 시세에 맞는 정상 거래는 문제되지 않지만 현저히 불리한 조건으로 일감을 몰아줘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업무상배임이 될 수 있다. 수사를 받게 되면 거래의 정상성을 보여주는 견적과 시세 비교, 결재 자료부터 확보하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이다.

친족이 운영하는 업체와 계약했다는 보도가 나오면 흔히 '배임 아니냐'는 말이 따라붙는다. 그러나 거래 상대가 친족이라는 사실만으로 배임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법이 보는 지점은 관계가 아니라 결과, 즉 회사에 손해가 났는지다.
형법상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임무를 어겨 자신이나 제3자에게 이익을 주고 본인(회사·단체)에게 손해를 입힐 때 성립한다. 업무상 배임은 더 무겁게 처벌해 10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이고, 이득액이 5억 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으로 형이 크게 올라간다.
요건을 뜯어보면 다섯 가지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 임무 위배, 이익 취득, 회사의 손해, 그리고 고의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성립하기 어렵다. 특히 손해가 없으면 배임도 없다.

dp singh Bhullar
계약 담당자가 친족 회사와 거래하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고, 그 자체는 위법이 아니다. 핵심은 거래 조건과 절차가 정상적이었느냐다.
여러 곳에서 견적을 받아 시세에 맞는 가격으로, 내부 결재나 이사회 승인 같은 절차를 거쳐 계약했다면 상대가 친족이라도 배임으로 보기 어렵다. 법원은 합리적인 경영판단의 결과라면, 설령 회사에 손실이 났더라도 바로 배임으로 보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쪽은 반대다. 시세보다 뚜렷하게 불리한 조건으로 일감을 몰아주거나, 부실한 친족 업체에 회사 돈을 흘려보내 손해를 키운 경우다. 이때는 '친족에게 이익을 주려고 임무를 어겼다'는 그림이 만들어진다.
| 항목 | 배임 소지가 큰 거래 | 문제되기 어려운 거래 |
|---|---|---|
| 가격 | 시세보다 현저히 불리 | 시세·견적 수준 |
| 절차 | 결재·승인 생략 | 내부 결재·이사회 거침 |
| 결과 | 회사에 손해 발생 | 회사 이익에 부합 |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손해가 실제로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손해가 생길 '위험'을 만든 것만으로 배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예컨대 부실 업체에 회사가 지급보증을 서준 경우, 아직 돈이 나가지 않았어도 손해 위험을 떠안았다고 본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손해가 없었으니 괜찮다'는 논리는 늘 통하지 않는다.
여기서 하나 구분할 게 있다. 공정거래법이 규제하는 '총수일가 사익편취'와 형사상 배임은 다른 잣대다. 사익편취는 부당한 이익을 몰아줬는지를 보는 행정·공정거래 영역이고, 배임은 회사에 손해를 끼쳤는지를 보는 형사 영역이다. 한쪽에서 문제가 됐다고 다른 쪽이 자동으로 성립하지는 않는다.
의혹이 수사로 번졌다면 순서가 중요하다. 감정적 해명보다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먼저다.
첫째, 자신이 애초에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였는지 따진다. 그 지위가 아니면 배임의 전제가 무너진다. 둘째, 거래의 정상성을 보여주는 자료를 모은다. 비교 견적, 당시 시세 자료, 결재 문서와 이사회 의사록이 핵심이다. 셋째, 회사에 실제 손해가 났는지, 그 손해가 거래 때문인지를 점검한다. 손해가 없거나 거래와 무관하면 다툴 여지가 크다.
정리하면, 관계가 아니라 조건과 손해가 기준이다. 떳떳한 거래였다면 그 사실을 숫자와 문서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사안이 복잡하다면 이 단계에서 형사 전문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