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가 2026년 10월 27일 고리 3·4호기 계속운전을 허가하면서 인근 주민이 이를 법으로 다툴 수 있는지에 관심이 모인다. 행정처분 취소소송은 아무나 낼 수 없고,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영향권 안에 사는지가 원고적격을 가른다. 소송과 행정심판, 집행정지는 효과가 서로 달라 거주지·제소기간·손해 입증 가능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26년 10월 27일 회의에서 고리 3·4호기의 계속운전을 허가했다. 표결은 찬성 5명, 반대 2명이었고, 반대한 두 위원은 사고 시나리오를 더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 결정으로 두 원전의 운영 기간은 각각 10년씩 늘어 3호기는 2034년 9월, 4호기는 2035년 8월까지 가동할 수 있게 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설비 정비를 거쳐 2027년 상반기 순차 재가동을 목표로 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원전 인근 주민이나 환경단체가 이 허가에 동의하지 않을 때 법으로 다툴 길이 있는가. 길은 있지만 문턱이 생각보다 높다.
Photo by Sasun Bughdaryan on Unsplash
행정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은 누구나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처분으로 '법률상 이익'을 침해받는 사람만 원고가 될 수 있다. 이것을 원고적격이라 부른다.
원전 허가에서는 방사선이 미치는 영향권 안에 사는지가 핵심 기준이 된다. 법원은 방사선환경영향평가 대상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은 환경상 이익을 침해받을 수 있다고 보고 원고적격을 비교적 넓게 인정한다. 반대로 영향권 밖에 사는 사람은 구체적인 피해 우려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실제로 신고리 4호기 운영허가를 다툰 소송에서 1심은 원전 부지 반경 80㎞ 바깥에 사는 원고들에게는 소송을 낼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고,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됐다. 거주지가 어디냐에 따라 소송의 입구에서부터 갈린다는 뜻이다.
허가를 다투는 방법은 크게 둘이다. 법원에 내는 행정소송과, 행정기관에 내는 행정심판이다.
행정심판은 상급 행정기관이 처분의 위법·부당을 다시 판단한다. 비용이 들지 않고 절차가 비교적 빠르다. 행정소송은 법원이 위법 여부만 가린다. 시간과 비용이 더 들지만 최종적인 판단을 받는다. 둘은 양자택일이 아니어서, 행정심판을 먼저 거친 뒤 소송으로 갈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기간 제한이 있다.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안에 움직여야 한다. 이 기간을 놓치면 주장이 아무리 타당해도 각하될 수 있다.
소송을 냈다고 재가동이 멈추지는 않는다. 행정소송법은 소송 중에도 처분의 효력이 유지되는 '집행부정지'를 원칙으로 삼는다. 가동을 실제로 멈추려면 따로 집행정지를 신청해 법원의 결정을 받아야 한다.
집행정지가 인정되려면 본안 소송이 걸려 있어야 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긴급한 필요'가 있어야 한다. 대법원은 이를 돈으로 메우기 어려운 손해로 좁게 본다. 월성 1호기 사건이 그 차이를 보여준다. 2017년 2월 본안에서는 수명연장 허가를 취소하는 판결이 나왔지만, 가동을 멈춰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본안에서 이기는 것과 당장 멈추게 하는 것은 별개다.
승패를 가르는 지점은 세 가지로 좁혀진다.
셋은 맞물려 있다. 영향권 안에 살고 기간도 남았다면 소송의 문은 열려 있지만, 재가동을 실제로 멈추려면 집행정지라는 더 높은 벽을 넘어야 한다. 영향권 밖이라면 소송보다 환경단체와 의견을 모아 행정 절차에 참여하는 쪽이 현실적인 경우도 있다. 어느 길이 맞는지는 결국 내가 어디에 살고 무엇을 바꾸려 하는지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