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7부는 2026년 10월 23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항소심에서 1심 유죄를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결론을 가른 것은 핵심 쟁점을 입증할 유일한 직접증거인 명태균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점이다. 돈이 오간 사실이 인정돼도 '알고 요청했는지'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으면 유죄가 어렵다는 형사재판 원칙을 확인할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는 2026년 10월 23일, 벌금 1000만원과 추징 2100만원을 선고했던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증거를 놓고도 1심과 2심의 결론이 정반대로 갈렸다는 점이 이번 판결의 핵심이다.
두 재판부가 다르게 본 지점은 하나다. 사건의 핵심을 입증할 직접증거가 명태균씨의 진술 하나뿐이었는데, 1심은 이를 믿었고 2심은 믿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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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는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 시장이 명씨 측에 여론조사 다섯 건을 의뢰하고, 그 비용 2100만원을 후원자 김한정씨가 대신 냈다는 것이 검찰의 공소사실이다.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을 법에 정해진 방법으로만 주고받도록 한다. 후원회를 거치지 않고 제3자가 비용을 대납하는 방식은 '정해지지 않은 방법'에 해당해 그 자체로 처벌 대상이 된다. 금액의 많고 적음보다 '법이 허용한 통로를 벗어났는가'가 성립의 기준이다. 1심은 이 틀에서 2100만원어치 여론조사비 대납을 유죄로 봤다.
형사 항소심은 1심 판단이 맞았는지만 점검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거와 진술을 다시 판단하는 사실심이다. 그래서 같은 기록을 놓고도 결론이 바뀔 수 있다.
2심 재판부가 주목한 것은 증거의 구조였다. 돈이 여러 차례 오갔다는 사실 자체는 객관적 자료로 인정됐다. 그러나 '오 시장이 대납을 알고 요청했는가'라는 핵심을 직접 증명하는 것은 명씨의 진술뿐이었다. 카카오톡 대화나 언론 기사, 캠프와 명씨의 접촉 시점 같은 정황은 그 진술을 둘러싼 간접증거에 머물렀다.
재판부는 명씨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명씨가 직접 겪은 사실과 추측·과장을 구분하기 어렵고, 불리한 질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하는 경향이 있으며, 진술이 전체적으로 일관되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다른 형사사건의 피고인이기도 해 이해관계에 따라 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항소심에서 공개된 통화 녹취에서 명씨가 "오세훈이는 몰라요"라고 말한 대목도 오 시장 측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결국 재판부는 유일한 직접증거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못했고, 나머지 단편적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봤다.
여기에 깔린 원칙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이다. 유죄를 선고하려면 확신을 줄 만큼 증명돼야 하고, 의심이 남으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한다. 같은 날 같은 재판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도 관련 혐의 무죄를 받았지만, 이는 '여론조사가 재산상 이익이냐'라는 다른 쟁점에 대한 별개 판단이었다.
이번 판결은 유명인의 사건이지만 작동한 원리는 일반 형사재판과 같다. 몇 가지는 기억해둘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