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 중 아내를 살해한 30대 공무원 피의자에 대해 경찰이 신상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지 않고 비공개로 결정했다. 신상공개는 잔인성·증거·공공의 이익·비청소년이라는 네 요건을 갖춰도 '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라, 이번엔 다섯 살 자녀의 2차 피해와 유가족 의사가 더 무겁게 작용했다. 공개 여부와 무관하게 수사와 처벌은 그대로 진행된다는 점도 함께 확인할 지점이다.

경기 광주에서 9월 1일 벌어진 사건이 그런 질문을 다시 불렀다. 이혼소송 중이던 30대 공무원 A씨가 아내 B씨를 다세대주택 계단에서 흉기로 살해했다. 이혼소장으로 알아낸 새 주소를 이용해 약 3주간 범행을 준비했고, 출근 시간을 노렸다. 다섯 살 딸이 현장에 있었고, 112 신고 기록에는 "엄마, 엄마"라는 아이의 울음이 담겼다.
계획성과 잔혹성만 보면 신상공개가 될 법한 사건이다. 그런데 경찰은 A씨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왜 이런 결정이 나오는지는 법이 정한 절차를 따라가 보면 드러난다.

Hao Peng
피의자 신상공개는 2024년 시행된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이 근거다. 제도 자체는 2010년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도입돼 대상 범죄를 넓혀 왔다. 이 법은 네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얼굴·이름·나이를 공개할 수 있다고 정한다.
첫째,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피해가 중대할 것. 둘째, 피의자가 범행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셋째, 국민의 알권리와 재범 방지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넷째, 피의자가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이 아닐 것이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대목이 있다. 법은 요건을 갖추면 공개 "할 수 있다"고 적었지, "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다. 요건을 다 채워도 공개가 자동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 판단은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가 맡는다. 위원회는 7명으로 구성되고 그중 4명 이상을 의사·교수·변호사 같은 외부 전문가로 채운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위원회를 아예 열지 않았다. 경찰청 형사과가 심의 자체를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유는 유가족의 의사와 나이 어린 자녀에 대한 2차 피해 우려였다.
세 번째 요건인 공공의 이익을 따질 때, 다섯 살 아이가 겪을 2차 피해가 더 무겁게 놓였다고 볼 수 있다. 피의자의 얼굴이 공개되면 가족 관계가 그대로 드러나 아이가 평생 사건의 낙인을 안게 된다. 잔혹성이나 증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공개의 실익보다 피해자 쪽 보호가 앞선 경우다.
신상공개를 두고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있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서 수사나 처벌이 느슨해지는 것은 아니다. 신상공개는 어디까지나 별개의 절차다. A씨에 대한 구속과 수사, 재판은 신상공개 여부와 무관하게 똑같이 진행된다.
다만 유가족에게 신상공개는 단순한 상징이 아니다. 공개를 원하는 유가족도 있고, 이번처럼 남은 아이를 위해 조용한 처리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가족 관계일 때는 얼굴 공개가 곧 피해자 신원까지 드러내는 결과로 이어져, 이런 딜레마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경찰의 판단은 잔혹성 하나로만 갈리지 않는다. 강력범죄 뉴스에서 어떤 피의자는 얼굴이 나오고 어떤 피의자는 나오지 않는 차이는, 대개 이 재량과 피해자 보호가 맞물린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