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 유족급여는 회사의 잘못을 따지지 않고 지급되지만 위자료는 포함하지 않아, 회사의 과실이 있다면 별도로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두 보상은 같은 성격의 항목에서만 공제되고 위자료는 공제되지 않으므로, 유족급여를 받은 뒤에도 손해배상이 남는 경우가 많다. 다만 민사 청구권은 산재 급여와 시효가 다르게 흐르므로 산재 결과를 기다리다 민사 시효를 놓치지 않도록 날짜를 따로 챙겨야 한다.
작업 중 사고로 가족을 잃으면 가장 먼저 받는 것이 산재보험 유족급여와 장의비다. 이 돈은 근로복지공단이 지급하고, 회사의 잘못이 있었는지는 따지지 않는다. 사고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만 하면 나온다는 뜻이다.
반면 회사를 상대로 한 민사 손해배상은 성격이 다르다. 사업주가 안전조치를 소홀히 했거나 작업 환경을 방치하는 등 과실이 있었다는 점을 유족이 입증해야 한다. 유족급여가 ‘조건이 맞으면 주는 보상’이라면, 손해배상은 ‘잘못을 증명해야 받는 배상’이다. 둘은 별개의 절차이고, 하나를 받았다고 다른 하나가 자동으로 막히지 않는다.

KATRIN BOLOVTSOVA
많은 유족이 산재 처리가 끝나면 보상도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산재보험 유족급여에는 위자료, 즉 가족을 잃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이 들어 있지 않다. 위자료는 오직 민사 손해배상으로만 받을 수 있다.
그래서 회사의 과실이 인정되는 사안이라면 유족급여를 받은 뒤에도 별도로 청구할 실익이 남는다. 거꾸로 회사의 과실을 밝히기 어려운 사고라면 민사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산재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이 곧 위자료 인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사고 경위와 회사의 안전관리 실태를 따로 증명해야 한다.
유족급여와 손해배상이 완전히 따로 노는 것은 아니다. 겹치는 부분은 조정된다. 핵심은 같은 성격의 항목끼리만 공제한다는 점이다.
사망으로 못 벌게 된 장래 소득, 즉 일실수입은 유족급여와 성격이 같아 공제 대상이 된다. 이미 받은 유족급여만큼 손해배상에서 빠진다. 하지만 위자료는 산재보험이 메워주는 손해가 아니므로 공제되지 않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보험급여와 같은 성질의 손해액에서 먼저 보험급여를 빼고 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방식으로 계산하도록 정리했다. 상속인이 여러 명이면 각자의 상속분에 따라 따로 계산해야 하므로, 실제 배상액은 가족 구성에 따라 달라진다.
유족이 가장 자주 놓치는 지점이 소멸시효다. 산재보험 유족급여를 청구할 권리의 시효는 5년이다. 반면 회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은 민법에 따라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사고가 있은 날로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한다.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근거로 한 청구라면 10년으로 볼 여지도 있지만, 실무에서 더 짧은 3년 기준이 먼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산재 인정 절차가 길어질 때 생긴다. 공단의 심사와 행정 다툼을 거치는 사이 민사 손해배상의 3년이 조용히 지나갈 수 있다. 산재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느라 회사에 대한 청구 시효를 넘기지 않으려면, 두 시효를 처음부터 따로 적어 관리하는 편이 안전하다.
감정이 앞서는 시기지만, 배상의 성패는 결국 기록으로 갈린다. 다음을 먼저 챙겨두면 이후 판단이 쉬워진다.
합의서의 포기 문구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서명한 뒤에는 위자료를 포함한 추가 청구가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유족급여만으로 끝낼 사안인지, 민사 청구까지 갈 사안인지는 회사 과실의 유무와 증거에 달려 있다. 판단이 서지 않으면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에 산재·노동 사건을 다루는 변호사의 검토를 먼저 받는 것이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