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공백이 반년 넘게 이어진 데다 이흥구 대법관까지 9월 7일 퇴임하면서 대법관 2명 공백이 현실화됐다. 공백은 상고심을 전부 멈추는 게 아니라, 공백 대법관이 주심이던 소부 사건의 합의·결론 절차를 막는 구조여서 사건마다 영향이 갈리고, 구속이나 심리불속행 임박 같은 시급 사건은 재배당돼 계속 진행된다. 내 사건이 어느 쪽인지는 대법원 '나의 사건검색'으로 진행 상황·주심을 확인하고 대리인에게 재배당 전망을 물어 가늠할 수 있다.

대법관 자리가 비면 상고심이 통째로 멈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구조는 그렇지 않다. 핵심은 '주심'이다.
대법원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뺀 대법관 12명이 3개 소부로 나뉘어 사건을 심리한다. 소부 하나는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다. 사건이 접수되면 그중 한 명이 주심을 맡아 사건을 끌고 가고, 마지막에 소부 대법관들이 합의해 결론을 낸다.
여기서 주심 대법관 자리가 비면 문제가 생긴다. 그 대법관이 주심이던 사건은 후임이 임명될 때까지 대법관들의 합의와 결론 절차가 진행되지 못한다. 서류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재판연구관들의 검토와 보고서 작성은 계속 이어진다. 다만 마지막에 도장을 찍을 사람이 없어, 결론만 나지 않는 상태로 멈춘다.
지금 대법원은 이 공백이 2명으로 늘었다.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이 반년 넘게 채워지지 않은 가운데, 이흥구 대법관마저 9월 7일 임기 6년을 채우고 퇴임했다.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제청돼 인사청문 절차를 밟고 있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의 재제청 여부를 두고 갈등이 이어지며 공백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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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같은 대법원 안에서도 사건마다 처지가 다르다.
멈추는 쪽은 공백 대법관이 주심을 맡고 있던 소부 사건들이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관련 공직선거법 사건, 웹툰 작가 주호민 씨 아들과 관련한 특수교사 아동학대 사건 등이 지연 사례로 거론된다.
반면 계속 굴러가는 사건도 있다. 구속된 피고인이 있는 사건이나, 심리불속행 결정 기간이 임박한 사건처럼 시급한 건은 다른 대법관에게 재배당해 심리를 이어간다. 재판을 미룰 경우 당사자의 신체 자유나 절차 기한에 곧장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층위도 둘로 나뉜다. 대법관 4명짜리 소부만이 아니라,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심리도 지연이 불가피하다. 전원합의체에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한덕수 전 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사건 등이 심리 중이다. 참여할 대법관 자체가 줄면 이런 대형 사건일수록 일정을 잡기 어려워진다.
여기서 한 가지 판단을 붙이자면, 내 사건이 '구속·기한 임박' 같은 시급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 상고심이라면, 공백이 해소될 때까지 결론이 늦춰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편이 현실적이다.
막연히 기다리기보다 지금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편이 낫다.
정리하면, 대법관 공백의 영향은 사건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내 사건이 멈춘 쪽인지 계속 진행되는 쪽인지는 주심과 시급성으로 갈리며, 그건 사건번호 조회와 대리인 확인으로 지금 바로 가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