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배상은 원칙적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지만, 담당 공무원에게 고의나 중과실이 있으면 그 개인에게도 직접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은 허위자료 제출 같은 고의·중과실의 경우 국가와 공무원이 함께 배상책임을 진다고 본다. 청구 전에는 위법성 입증 가능성과 3년·5년의 소멸시효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

공공기관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 배상을 받으려면 누구를 상대로 해야 하는지부터 헷갈린다. 원칙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다. 다만 담당 공무원이 고의로,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 공무원 개인에게도 직접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예컨대 공무원이 고의나 중과실로 허위 자료를 만들어 냈다면 개인 책임이 문제 되는 전형적인 상황이다.

KATRIN BOLOVTSOVA
국가배상법 제2조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어겨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나 지자체가 배상하도록 정한다. 실무에서 따지는 요건은 대체로 이렇게 정리된다.
이 요건이 모두 갖춰져야 배상 청구의 출발선에 선다. 특히 위법성과 인과관계는 다툼이 잦은 부분이라, 자료로 뒷받침되는지가 승패를 가른다.
핵심은 과실의 정도다. 대법원은 1996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기준을 명확히 세웠다. 공무원이 가벼운 과실, 즉 경과실로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그 행위를 국가라는 기관의 행위로 보아 국가만 책임지고, 공무원 개인은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 공무원이 소신껏 일하도록 위축을 막기 위한 것이다.
반면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행위는 더 이상 기관행위로서의 품격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아, 국가와 공무원 개인이 함께 배상책임을 진다. 이때 피해자는 국가가 아니라 공무원 개인을 상대로도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고의·중과실로 허위자료를 낸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여기서 두 제도를 구분해야 혼란이 없다. 하나는 구상권이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2항은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을 때, 국가가 피해자에게 먼저 배상한 뒤 그 공무원에게 되받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이건 국가와 공무원 사이의 내부 정산이다.
다른 하나는 피해자가 공무원 개인을 직접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것이다. 앞서 본 대로 고의·중과실이면 가능하다. 즉 고의·중과실이 인정되면, 국가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할 수 있고 피해자는 그 공무원에게 직접 청구할 수도 있다. 경과실뿐이라면 둘 다 성립하지 않고 국가만 상대가 된다.
절차는 생각보다 문턱이 낮다. 과거에는 배상심의회의 결정을 반드시 거쳐야 했지만, 2000년 법 개정으로 이 절차는 선택 사항이 됐다. 지금은 배상심의회에 신청하지 않고 곧바로 법원에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낼 수 있다. 심의회를 거쳐 빠른 결정을 받아볼지, 바로 소송으로 갈지는 사안에 따라 고르면 된다.
다만 시간 제한이 있다. 국가배상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청구를 고민한다면 이 시효부터 따져봐야 한다.
정리하면, 청구 가능 여부는 다음 순서로 가늠해볼 수 있다.
요건과 시효는 사안마다 판단이 갈린다. 여기까지가 방향을 잡는 기준이고, 실제 청구 여부와 상대방 선택은 사실관계를 짚은 뒤 변호사와 확정하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