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19일 법원은 15조 원대 석유화학 담합 의혹 임원 8명 가운데 배모 PKC 영업본부장 등 2명만 증거인멸 우려로 구속하고 6명은 기각했다. 구속 여부는 혐의의 중대성이 아니라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로 갈리기 때문에, 영장 기각이 무죄나 수사 종결을 뜻하지는 않는다. 유무죄는 재판에서 증거로 따로 가려지고 불구속 상태에서도 기소와 유죄가 가능하므로 구속 소식과 재판 결과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

2026년 9월 19일 서울중앙지법은 사상 최대인 15조 원대 석유화학제품 담합 의혹으로 청구된 구속영장 8건 가운데 2건만 발부했다. 구속된 사람은 배모 PKC 영업본부장과 같은 회사 관계자 황모씨다. 김유신 OCI 대표, 장영수 전 PKC 대표를 포함한 나머지 6명은 영장이 기각됐다. 혐의 규모가 역대급인데도 대부분이 구속을 피한 이유는, 구속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혐의가 얼마나 큰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Tom Fisk
법원이 두 사람을 구속하며 든 사유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였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은 크게 세 가지 사유로 판단한다. 일정한 주거가 없는지, 증거를 없앨 우려가 있는지, 도망할 우려가 있는지다. 즉 구속은 '이 사람이 유죄냐'가 아니라 '수사와 재판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지금 신병을 확보해야 하느냐'를 따지는 절차다.
담합 사건에서 증거는 내부 문서, 이메일, 임직원 진술처럼 없애거나 말을 맞추기 쉬운 형태가 많다. 실무를 직접 다룬 영업 라인일수록 증거에 손댈 위치에 가깝다고 볼 여지가 있다. 구속된 두 사람이 영업본부장과 실무 관계자였다는 점은 이 판단과 무관하지 않다.
기각된 6명에 대해 법원은 "구속할 정도로 범죄 혐의가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표이사급은 혐의를 적극 다투고 있어 법정에서 방어할 기회를 주는 쪽이 맞다고 본 것이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있다. 영장 기각은 무죄 판단이 아니다. 혐의가 없다는 뜻도, 수사가 끝났다는 뜻도 아니다. 검찰은 이들을 불구속 상태로 계속 수사해 기소할 수 있다.
구속된 2명이 재판에서 반드시 유죄가 되는 것도, 풀려난 6명이 무죄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구속은 재판 전 신병 처리 방식일 뿐이고, 유무죄는 법정에서 증거로 따로 가린다. 실제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 유죄와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다만 현실적인 차이는 있다. 구속되면 구치소에 머무는 동안 방어 준비에 제약이 크고 심리적 압박도 커진다. 반대로 불구속이면 자료 검토와 변론 준비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 방어에 유리한 조건이 된다. 그래서 수사 단계의 구속 여부는 유무죄와 별개로 재판의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결정으로 담합 수사 자체가 멈추지는 않는다. 검찰은 2021년 무렵부터의 담합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대표급이 불구속 상태에서 혐의를 다투는 만큼, 앞으로의 쟁점은 담합의 존재를 입증할 증거가 얼마나 탄탄한가로 옮겨간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남의 일이 아니다. PVC와 가성소다 같은 기초 화학제품 가격은 건축자재부터 생활용품까지 넓게 반영된다. 담합이 사실로 확정되면 그동안 소비자가 더 낸 값에 대한 책임 문제도 뒤따른다. 구속 여부는 이 긴 과정의 한 장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