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나 지하 매설시설 결함으로 다치면 그 시설을 설치·관리한 국가·지자체·공기업이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배상 책임을 진다. 노면 자체는 도로 관리청, 상수도관·열수송관 같은 매설시설은 그 운영 주체로 상대가 갈리고, 원인 제공자가 따로 있으면 배상 후 구상으로 정산된다. 사고 직후 현장 사진과 위치, 진단서, 목격자·CCTV를 확보하고 관리 주체를 특정해 배상심의회나 민사소송으로 청구해야 한다.

도로가 꺼지거나 지하 시설이 터져 생긴 구멍에 빠져 다쳤다면, 다친 사람의 잘못을 먼저 떠올릴 이유가 없다. 이런 사고의 책임은 원칙적으로 그 시설을 설치하고 관리한 쪽에 있다. 이번 서울 마곡동에서 열수송관이 터지며 생긴 구멍에 40대 보행자가 빠져 전신 60%에 화상을 입은 사고도 같은 틀로 본다.
핵심은 '누구 과실이냐'가 아니라 '누가 그 시설을 관리했나'다. 상대를 정확히 가려야 청구가 엉뚱한 곳으로 새지 않는다.

Shane Aldendorff
법은 두 갈래로 길을 터놓았다. 민법 제758조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에 하자가 있어 생긴 손해를 그 점유자와 소유자가 배상하도록 한다. 도로·하천 같은 공공시설이라면 국가배상법 제5조가 적용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배상한다.
중요한 것은 이 책임이 무과실책임이라는 점이다. 대법원은 국가배상법 제5조의 영조물 설치·관리상 하자 책임을 두고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을 따지지 않는다고 본다. 여기서 '하자'란 그 시설이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도로의 경우 대법원은 이용 방법과 관리 여건을 함께 고려한 '상대적 안전성'을 기준으로 삼는다.
제3자가 위험을 만들었더라도 관리자가 결함을 없앨 수 있었는데 방치했다면 관리상 하자로 본다. 과거 지자체가 관리하던 도로의 지하 상수도관이 균열돼 노면이 얼어붙은 사고에서 하자가 인정된 사례가 있다.
상대는 사고 원인이 '무엇'이냐로 갈린다.
실제로는 책임이 겹치는 경우가 많다. 도로에 생긴 구멍이 매설관 파열에서 비롯됐다면 도로 관리청과 시설 운영 주체가 함께 얽힌다. 다친 사람 입장에서는 둘 중 어느 쪽에 청구해도 되고, 먼저 배상한 쪽이 원인을 제공한 쪽에 구상하는 식으로 내부 정산이 이뤄진다. 국가배상법도 손해 원인에 책임질 자가 따로 있으면 국가·지자체가 그에게 구상할 수 있도록 정한다.
책임 법리가 유리해도 입증은 피해자 몫이다. 순서는 이렇게 잡는다.
과속처럼 피해자 과실이 있으면 그만큼 배상액이 줄어든다. 다만 멀쩡히 걷던 길이 꺼진 경우처럼 피해자가 위험을 예상할 수 없었던 사고라면 과실을 인정받기 어렵다. 관리 주체가 책임을 피하려 할수록 '그 결함을 미리 없앨 수 있었는가'가 쟁점이 되므로, 현장 증거가 결론을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