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의 한 교회에서 11세 아동이 여러 차례 학대 의심 신고에도 분리되지 않은 채 숨졌다. 학대 의심 신고가 곧 분리를 뜻하지는 않으며, 분리 여부는 현장 공무원의 판단과 법원의 임시조치 결정에 달려 있다. 신고 후 응급조치·즉각분리 요건과,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항고·행정심판 같은 이의제기 통로를 함께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충남 천안의 한 교회에서 생활하던 11세 남자아이가 지난 8월 5일 밤 고열과 의식 저하로 병원에 옮겨졌다가 이튿날 0시 무렵 숨졌다. 병원 의료진은 아이 몸에서 멍과 결박 흔적을 발견하고 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아이를 돌보던 60대 여성 목사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하고, 외할머니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문제는 이 아이를 둘러싼 학대 의심 신고가 처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2021년과 2024년 학교·교육당국을 통한 신고가 있었지만 종결됐고, 숨지기 직전인 8월 초에도 신고가 접수됐다. 위험 신호는 여러 차례였는데 아이는 끝내 분리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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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과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지체 없이 현장에 출동해야 한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가 정한 의무다.
현장에서 학대가 확인되면 응급조치에 들어간다. 학대 행위를 제지하고, 행위자를 아이로부터 격리하며, 아이를 보호시설이나 의료기관에 인도할 수 있다. 응급조치는 최대 72시간까지 가능하고, 그사이 주말이나 공휴일이 끼면 48시간 범위에서 연장된다.
한 발 더 나아간 것이 '즉각분리'다. 1년 안에 두 번 이상 신고되는 등 학대가 강하게 의심되면, 지방자치단체가 보호 방향을 결정할 때까지 분리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 정인이 사건 이후 아동복지법 제15조를 고쳐 만든 제도다. 여기에 법원의 임시조치가 더해지면 행위자 퇴거,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연락 차단, 친권 제한까지 가능하다.
제도만 놓고 보면 천안 사건은 즉각분리 요건에 들어맞는다. 그런데도 아이는 교회에 남았다. 이유는 세 갈래로 정리된다.
먼저 법원의 판단이다. 경찰이 외할머니에 대한 접근금지를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임시조치의 최종 결정권은 법원에 있어, 경찰이 신청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강제 격리로 이어지기 어렵다.
다음은 현장의 재량이다. 담당 당국은 아이의 심리 등을 고려할 때 보호시설로 곧바로 보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요건이 충족돼도 분리가 아이에게 더 나은 선택인지를 현장이 저울질하는 구조다.
마지막은 인프라다. 2024년 기준 분리된 아동의 86%가 시설로 가고 가정위탁은 0.9%에 그친다. 갈 곳이 사실상 시설뿐이다 보니, 시설 입소가 오히려 아이의 기본권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와 가정 와해에 대한 부담이 현장을 소극적으로 만든다. 요건과 현실 사이의 이 틈이 천안 사건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신고했는데 아무 조치가 없어 보인다고 해서 손을 놓을 필요는 없다. 우선 같은 정황이 반복되면 다시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1년 내 재신고는 즉각분리 요건을 채우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법원이 접근금지 같은 임시조치를 기각했거나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면, 그 결정에는 항고로 다툴 수 있다. 지자체나 경찰의 대응이 부실했다고 판단되면 국민신문고 민원, 감사 청구, 나아가 행정심판·행정소송까지 검토할 수 있다.
혼자 판단하기 어렵다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아동권리보장원의 상담을 먼저 받는 편이 현실적이다. 신고 이후 어떤 조치가 이뤄졌는지 확인을 요청하고 그 기록을 남겨 두면, 나중에 문제를 제기할 때 근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