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계약 분쟁은 대부분 계약 기간, 해지 사유, 위약금이라는 세 조항의 해석에서 결론이 갈린다. 표준전속계약서가 기간 7년을 기준으로 삼고 민법이 과다한 손해배상 예정액을 감액할 수 있게 해도, 실제 승패는 그 내용이 계약서에 어떻게 적혀 있느냐에 달려 있다. 서명 전에 해지 사유와 위약금의 성격을 확인하고, 다툼이 생기면 가처분과 본안 소송이 각각 무엇을 정하는 절차인지 구분해야 한다.
전속계약을 둘러싼 다툼은 대개 세 지점에서 갈린다. 계약이 얼마나 오래 묶느냐(기간), 어떤 경우에 끊을 수 있느냐(해지 사유), 끊을 때 얼마를 물어야 하느냐(위약금)다.
뉴스에 오르는 소속사와 아티스트의 분쟁도, 프리랜서나 크리에이터가 기획사·MCN과 맺는 장기 독점계약도 구조는 같다. 결국 이 세 조항의 문언에서 승패가 갈린다. 계약서를 읽을 때 눈을 둘 곳이 바로 거기다.
Photo by Markus Winkler on Unsplash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보급해 온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는 전속 기간을 7년 기준으로 삼는다. 2024년 개정에서도 이 기준은 유지됐다. 계약 기간이 7년을 넘어서면 예술인이 계약 해지를 주장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이 판례 해설의 설명이다.
다만 이 7년이 모든 독점계약에 강제되는 상한은 아니다. 표준계약서는 대중문화예술 분야를 겨냥한 틀이고, 일반적인 독점계약은 당사자 합의로 기간을 정한다. 그래서 더 중요한 건 숫자 자체보다 '자동 연장'과 '갱신' 조항이다. 활동이 중단된 기간만큼 계약이 늘어나는 조항이나, 통지가 없으면 자동으로 연장되는 조항은 체감 기간을 7년보다 훨씬 길게 만들 수 있다.
전속계약은 당사자 사이의 높은 신뢰를 전제로 한다. 그래서 상대방의 의무 위반으로 신뢰관계가 깨졌다고 볼 수 있으면, 계약서에 해지 조항이 없어도 해지를 주장할 수 있다는 법리가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신뢰 파탄'의 문턱이 낮지 않다는 점이다. 단순한 불만이나 서운함으로는 인정되기 어렵고, 파탄을 주장하는 쪽이 이를 증명해야 한다. 2023년 서울중앙지법의 한 가처분 결정(2023카합20794)은 소속사의 의무 불이행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신뢰관계가 파탄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대 방향의 판단도 있다. 계약서에 해지 사유와 절차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으면, 그 약정이 민법상의 일반적 해지권보다 우선한다고 본 하급심 판결이 소개된다. 두 흐름을 겹쳐 읽으면 결론은 하나로 모인다. 계약서의 해지 조항을 어떻게 써 두느냐가 분쟁의 출발선을 정한다.
위약금에서 액수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그 돈의 '성격'이다. 같은 위약금이라도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냐 위약벌이냐에 따라 다툼의 방법이 달라진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인정되면,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그 금액이 부당하게 많을 경우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 반면 위약벌로 보면 감액 대상이 아니고, 지나치게 과하다면 공서양속에 어긋나 무효라는 식으로 다퉈야 한다. 공격 루트가 아예 다른 셈이다.
성격은 계약서에 적힌 단어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다. 법원은 문언과 계약 체결 경위, 당사자가 위약금을 약정한 주된 목적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계약서에 '위약벌'이라고 써 있어도 실질이 손해배상 예정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
분쟁이 법정으로 가면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이라는 말을 자주 보게 된다. 가처분은 본안 소송의 결론이 나기 전까지 권리관계를 임시로 정해 달라는 절차다. 활동이 당장 막혀 손해가 커지는 상황을 급하게 멈추려는 장치다.
여기서 흔한 오해 하나. 가처분이 인용돼도 그것이 전속계약의 최종 무효나 해지 확정을 뜻하지는 않는다. 법원은 가처분 단계에서 신뢰관계 파탄 여부가 어느 정도 소명됐는지, 활동 제한으로 인한 손해가 급박한지를 본다. 계약이 끝내 무효인지, 해지가 적법했는지는 본안에서 가린다. 본안 판결까지는 통상 1~2년이 걸린다. 가처분에서 이겼다고 싸움이 끝난 게 아니라는 뜻이다.
다툼의 비용은 대부분 서명 뒤에 발생하지만, 그 결과는 서명 전에 상당 부분 정해진다. 장기 독점계약서를 받았다면 최소한 다음을 확인하는 편이 좋다.
조항이 모호할수록 분쟁 때 해석 다툼으로 번진다. 서명 전에 모호한 문구를 구체화해 두는 비용이, 나중에 소송과 가처분에 드는 비용보다 거의 언제나 싸다. 금액이 크거나 기간이 긴 계약이라면, 서명 전 변호사 검토를 받는 쪽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