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의 발언이 불공정하다고 느끼면 형사소송법과 민사소송법에 따라 해당 법관을 재판에서 배제해달라는 기피신청을 낼 수 있다. 다만 기피는 판결 결과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라는 객관적 사정이 있어야 인정되며, 실제 인용률은 1%에도 못 미친다. 발언이 정말 편파로 볼 사정인지, 아니면 항소이유서에 담을 문제인지부터 구분하는 것이 먼저다.
재판 도중 판사의 말이 한쪽으로 기운 것처럼 들릴 때가 있다. 이때 쓸 수 있는 제도가 기피신청이다. 기피는 사건의 유무죄나 승패를 다투는 절차가 아니라, 지금 이 사건을 맡은 법관이 공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고 재판에서 빼달라고 요구하는 절차다.
근거는 형사소송법 제18조와 민사소송법 제43조에 있다. 형사에서는 검사나 피고인이, 민사에서는 당사자가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신청할 수 있다.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과 재판부를 믿기 어려운 것은 다른 문제이고, 기피는 뒤쪽을 겨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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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를 어떻게 보느냐다. 법원 실무는 이를 신청인의 주관적 추측으로 보지 않는다. 일반인의 눈으로 봐도 그 법관이 편파적으로 재판할 것이라는 의혹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객관적 사정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판사가 내 말을 안 들어줬다', '표정이 안 좋았다' 정도로는 부족하다. 반대로 법관이 특정 당사자와 개인적 이해관계가 있거나, 심리 중 예단을 드러내는 발언을 반복하는 등 제3자가 봐도 공정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라면 사유가 될 수 있다. 발언의 거칠기보다, 그 발언이 사건에 대한 결론을 미리 정해둔 것으로 읽히는지가 갈림길이다.
형사소송법 제19조는 기피의 원인이 되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혀 신청하도록 하고, 그 사유는 신청한 날부터 3일 안에 서면으로 소명하게 한다. 막연히 '불공정하다'가 아니라 언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특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의할 점은 시점이다. 민사소송법은 당사자가 기피 사유를 알면서도 본안에 관해 변론하거나 진술한 뒤에는 기피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을 듣고도 그냥 재판을 이어갔다면 나중에 뒤늦게 문제 삼기 어려워진다.
제도가 있다고 통한다는 뜻은 아니다. 서울중앙지법이 소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기피신청 인용률은 0.6% 수준에 그쳤다. 100건을 내면 한 건이 받아들여질까 말까다.
이유는 절차 설계에 있다. 형사소송법 제20조는 기피신청이 소송을 지연시킬 목적임이 분명하거나 방식을 어긴 경우, 신청을 받은 법원이 스스로 기각할 수 있게 한다. 이를 간이기각이라 한다. 정식으로 심리되는 경우에도 기피 여부는 그 법관이 속한 법원의 합의부가 판단한다(제21조). 기각결정에는 즉시항고로 다툴 수 있지만(제23조), 그사이 재판은 원칙적으로 멈춘다는 점 때문에 지연 수단으로 남용되는 것을 법원이 경계한다.
정리하면 판단 기준은 이렇게 나뉜다. 재판부의 언행이 결론을 미리 정한 것으로 제3자가 봐도 읽히고, 그 사실을 구체적 사건 정황으로 특정할 수 있다면 기피신청을 검토할 만하다. 이때는 발언을 들은 뒤 곧바로, 본안 변론을 더 진행하기 전에 서면으로 사유를 밝히는 것이 현실적이다.
반대로 다투고 싶은 것이 사실 판단이나 법리 적용, 즉 '결과'라면 기피는 맞는 도구가 아니다. 그런 불만은 판결이 난 뒤 항소이유서에 재판 진행의 문제와 함께 담아 상급심에서 다투는 편이 인용 가능성이 훨씬 높다. 재판부 태도가 불편하다는 것과, 그 태도가 법적으로 배제 사유가 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